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을 둘러싼 소나무 숲이 재선충병 확산으로 위협받고 있다. 예방 나무주사와 고사목 제거 등 방제사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 확산을 막는 데 한계를 보이는 가운데, 부서별로 분산된 방제 업무를 통합하고 문화유산 주변 산림까지 아우르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경주시 자료 ‘문화유산구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기본설계(2025)’에 따르면 관내 문화유산 보호구역 3438㏊ 가운데 재선충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 면적은 2244.05㏊로, 전체의 약 65%에 달했다. 피해 정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문화유산 주변 산림 상당수가 이미 재선충병 영향권에 들어선 셈이다.
경주시는 2015년부터 주요 사적지와 왕릉, 개별 문화유산, 산림유산 등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연차별 방제계획을 수립해 예방 수간주사를 시행하고 있다. 남산 일원과 불국사, 문무대왕릉, 양동마을, 원성왕릉, 단석산 신선마애불상군, 옥산서원 등 관리 대상만 약 130개소에 이른다.그러나 방제 업무가 문화유산과와 왕경조성과, 산림경영과 등으로 나뉘어 있어 예방부터 제거·처리까지 신속하게 연계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문화유산과와 왕경조성과가 주요 문화유산 주변 예방 나무주사를 맡고 산림경영과는 고사목 조사와 벌채·파쇄 등 후속 방제를 담당하는 구조다. 국립공원도 별도 관리체계가 적용되는 곳이 있어 부서와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경주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예방 수간주사를 놓더라도 재선충병을 100% 막을 수는 없다”며 “고사목 제거와 예방사업을 병행해야 하지만 문화유산 주변은 일반 산림과 달리 작업에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경주시 산림경영과 관계자도 “고사목은 매개충이 우화하기 전에 벌채와 파쇄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지만 조사 이후에도 새로 말라 죽는 나무가 계속 발생한다”며 “특히 경주 남산처럼 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많은 곳은 장비 접근이 어려워 작업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사목 훈증 처리 역시 주변 문화유산 경관 훼손과 산불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해 현장 여건에 맞는 방제 방식이 요구된다. 예방주사도 감염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인 피해 조사와 방제 효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부서별로 분산된 고사목 위치와 제거 실적, 예방주사 이력 등의 정보를 통합하고, 피해가 심각한 지역과 문화유산·주거지 주변을 우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유산 보호구역 안팎을 구분하기보다 주변 산림까지 연계해 관리해야 방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최재영 경상북도 문화유산위원은 “경주 문화유산 주변의 소나무는 단순한 조경수가 아니다. 왕릉의 솔숲과 남산의 소나무림, 불국사와 석굴암 주변 산림은 유적의 역사적 이미지와 공간적 특성을 이루는 경관 자산”이라며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사라지면 문화유산이 지닌 장소성과 경관의 연속성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문화유산 주변의 방제사업을 지속하는 동시에 부서 간 협업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예방과 고사목 제거를 아우르는 통합 방제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