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증가와 시설 투자가 시민의 소득과 생활 개선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교토의 시민조사와 경주의 인구 변화를 통해 도시 성장과 주민 편익의 차이를 살펴본다. 역사문화의 가치를 이어가면서 산업·고용·주거·교통·돌봄을 연결하는 '경주 미래생활경제 전환계획 2035'의 취지와 여덟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경주를 찾는 사람에게 이 도시는 아름다운 여행지이다. 오래된 유산과 골목, 산과 바다가 여행의 기억을 만든다. 그러나 시민의 일상을 결정하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 편리한 교통과 가족돌봄이다. 관광지로서의 성과와 생활도시로서의 성과를 함께 물어야 하는 이유이다.방문객의 지출은 숙박과 음식, 교통과 문화서비스에 일감을 만든다. 하지만 외부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로 일부가 빠져나가고, 매출이 늘어도 임대료와 재료비가 오르면 주민에게 남는 소득은 제한될 수 있다. 관광업과 관계없는 시민은 경제적 혜택보다 혼잡과 생활 불편을 크게 느끼기도 한다. 관광의 편익과 부담은 업종과 생활권에 따라 다르다.일본 교토시의 2025년 시민조사는 이 차이를 보여준다. 유효 응답자 2745명 가운데 관광이 도시 발전에 중요하다는 응답은 70.1%였지만, 자신의 매출이나 급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느낀다는 응답은 17.7%였다. 혼잡과 관광객의 예절 문제 가운데 한 가지 이상에서 불편을 느낀다는 응답은 79.9%였다. 다만 이는 시민의 인식 조사이며 관광의 전체 경제효과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경주가 참고할 것은 주민의 편익과 부담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경주에서도 방문객과 투자액에 더해 임금과 사업소득, 비수기 근로시간, 주거비와 통근 부담을 살펴야 한다.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를 듣고 그 원인을 지역과 계층별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소득 부족과 비용 증가, 서비스 부족은 각각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인구 변화도 과제를 드러낸다. 경주시의 2025년 말 주민등록 인구 분석에 따르면 사회적 요인으로 890명이 증가했지만 자연감소는 1604명으로, 합산하면 714명이 줄었다. 전입 증가만으로 인구감소를 상쇄하기 어려운 것이다. 연령별 이동과 고용, 장기 거주를 함께 살피면서 청년이 경력을 이어가고 취업자가 가족과 오래 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경주의 다음 역할은 기존 자산에서 출발해야 한다. 역사문화와 관광을 이어가면서 제조기업의 기술·생산 경험과 에너지·연구 분야의 수요를 지역의 일감으로 연결해야 한다. 포항·울산과의 관계에서도 경주 기업과 전문인력이 맡을 역할을 찾고, 광역 통근과 지역 일자리의 선택지를 함께 넓혀야 한다.'경주 미래생활경제 전환계획 2035'는 이러한 연결을 만드는 정책 구상이다. ‘생활경제’는 시민의 소득과 생활비, 일을 계속하고 가족과 지역에 거주할 조건을 함께 뜻한다. 산업의 주문은 고용으로, 관광과 기관의 구매는 지역소득으로 이어지며 주거·교통·돌봄은 정착을 뒷받침하도록 설계한다.새 계약이 생겨도 출퇴근과 가족돌봄 때문에 근로자가 일을 그만둔다면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지역 구매가 늘어도 납품업체가 이익을 남기지 못하면 거래는 끊긴다. 경제정책과 생활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이다.앞으로 여덟 차례의 연재에서 이를 구체화한다. 제2회는 구매 수요를 먼저 확인하는 산업전환, 제3회는 공장·연구시설의 기술서비스, 제4회는 유산 관리 역량의 외부시장 진출을 다룬다. 제5회는 고용·정착 공동계약, 제6회는 반복 구매되는 학습·연수 체류, 제7회는 고령사회 생활지원을 제안한다. 제8회는 소비의 지역소득 전환을, 제9회는 시민편익을 기준으로 한 도시투자 심사를 살핀다.기존 사업의 기능과 성과를 확인하고 구매·재계약·고용·생활지원 사이의 부족한 연결을 보완한다. 차별점은 책임과 계약, 평가 기준의 개선에 있다. 해외 사례도 경주의 수요·인력·제도·재정에 맞춰 검토하고 작은 규모에서 효과를 확인한 뒤 확대해야 한다.성과는 반복 주문과 수익성, 임금과 고용기간, 주거·통근·돌봄 부담과 장기 거주에서 확인한다. 편익이 특정 계층과 생활권에 집중되는지도 살핀다. 2035년은 모든 문제의 해결을 약속하는 시점이 아니라 검증과 개선을 이어갈 시간의 방향이다.경주의 유산을 오래 지키려면 그 도시를 돌보며 살아갈 사람의 생활도 지켜야 한다. 청년이 경력을 계획하고 근로자가 안정된 소득을 얻으며 가족이 돌봄과 생계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경주의 가치를 사람들이 살아가는 경주의 미래로 연결하는 일, 이 연재는 그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