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오지 않는 무정한 당신 / 꿈결에라도 마주하면 / 아부지와 별빛 전쟁에서 / 무조건 편들어 주리라 다짐 전할 텐데'  -신순임 시 '엄마 2주기에' 중에서.
 
양동마을 고택 무첨당의 종부로 살아온 신순임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엄마를, 복사하다(문학의 숲)'를 펴내고 어머니의 말과 손맛, 고향의 풍경을 시로 되살렸다.조선시대 성리학자이자 문신인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의 종가인 무첨당에서 전통문화를 이어온 신 시인은 고택의 살림과 관리를 도맡는 한편, 주변 풍경을 스케치하고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앞서 일곱 번째 시집 '친정나들이·둘'에서 명가의 법도를 가르친 아버지를 향한 사모의 정을 풀어냈다면, 이번 시집은 어머니의 삶과 기억을 보듬는 딸의 사모곡이다.시집에서는 어머니를 여읜 뒤 마주한 상실과 사무치는 그리움과 생전에 다하지 못한 마음이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일상의 언어로 펼쳐진다. 
 
어머니의 생전 말투와 손길, 음식과 계절, 제사와 고향, 가족의 추억은 물론 최근 산불로 사라진 고향집과 집터의 기억까지 시의 언어로 되살아난다. 특별한 사건보다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온 한 어머니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깃든 사랑과 희생을 길어 올렸다.사과고추장과 난젓, 호박범벅, 파 짠지 등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음식은 사랑을 전하는 언어가 된다. 고무신과 수꾸빗자리, 찔레꽃과 멍석딸기 같은 사물과 식물은 지나간 세월을 잇는 기억의 매개다. “다 잊어뿌랬다”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도 자식에게 짐을 남기지 않으려는 깊은 마음이 배어 있다. 시인은 꾸밈없는 생활 언어와 토속적인 방언을 통해 한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부모 세대의 삶과 정서를 함께 기록한다.시인의 말에서는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평생 여름 휴가 한번 가보지 못한 엄마는 / 버킷리스트로 여름 여행을 꼽으셨던 걸까”라고 되묻는 시인은 '여름이 무르익던 새벽, 먼 나라로 홀가분히 여행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린다. 믿기지 않는 이별을 절절한 그리움으로 받아들이며 내세에서도 다시 모녀로 만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전한다.
시집은 모두 6부로 구성됐다. 어머니의 기일과 생전의 기억을 담은 1부 ‘하늘문 열리는 날에’를 시작으로 음식과 사물에 얽힌 추억을 담은 2부 ‘퍼르르퍼르르’, 표제작을 앞세운 3부 ‘엄마를, 복사하다’가 이어진다. 4부 ‘다, 부질없구나’에서는 삶과 가족에 대한 성찰을 풀어내고 5부 ‘청송 가는 길’에서는 고향과 친정, 지역의 풍경을 되짚는다. 마지막 6부 ‘엄마별을 바라보며’는 사라진 고향의 기억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별빛에 실어 보낸다.신 시인은 “듣고 보고 배운 것은 정확해 / 손길 노는 법 모르니 / 무심결에 엄마를 복사한다”고 노래한다. 어머니의 말과 행동을 몸에 익힌 딸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를 닮아가는 순간을 포착한 대목이다.경북 청송 출생인 신순임 시인은 월간 '조선문학'을 통해 시로 등단했으며 한국현대시인협회와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산림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첨당의 오월', '앵두세례', '양동 물봉골 이야기' 1·2, '친정나들이' 1·2, '탱자가 익어갈 때' 등을 펴냈다.
사라진 것은 어머니만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과 그 시간을 채웠던 일상의 풍경이다. 시인은 그 기억을 한 편 한 편의 시로 엮어 독자 앞에 펼쳐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