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 외면하고 노동 선진화 말할 수 없다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오래되고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고용불안이다. 직장갑질119 조사에서 기간제 노동 경험자 가운데 같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응답은 14.7%에 불과했다.   반면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바뀌거나 다른 직장의 기간제로 옮긴 비율은 59%였다. 기간제가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비정규 고용을 되풀이하는 굴레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역대 정부도 이 문제를 모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대대적인 전환 작업을 추진했다.   공공부문에서는 상당한 전환이 이뤄졌지만 민간으로 확산돼 노동시장 전체의 이중구조를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출발은 분명했지만 끝내 구조개혁의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 흐름마저 사실상 끊겼다. 노동개혁을 내세웠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고용안정을 핵심 국정과제로 계승·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찾기 어려웠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노사관계 법치가 강조되는 사이 비정규직 문제는 정책의 전면에서 밀려났다. 그 사이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재해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함께 삶의 기반인 고용을 지키는 일도 노동정책의 또 다른 축이어야 한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정규직 전환과 고용불안 해소를 산재 문제만큼 강력한 국가적 과제로 끌어올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초광역특구법 특례는 우려스럽다. 기업의 필요에 따라 비정규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한다면 고용안정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거꾸로 갈 수 있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상시·지속 업무에는 안정된 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동일가치노동에는 합당한 처우가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은 재정과 사회보험 지원으로 나눠야 한다.   산재 없는 일터와 해고의 공포 없는 일터는 서로 다른 목표가 아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내일의 일자리까지 예측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노동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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