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월 31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인 청송군과 영양군을 잇달아 찾아 지역 상권과 주민 생활의 변화를 직접 점검하고 사업의 안정적인 확대 의지를 밝혔다.정부가 내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을 현재 17개 군에서 35개 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경북의 두 시행지역을 직접 찾으면서 청송군과 영양군이 향후 정책 효과와 제도 보완 방향을 가늠할 대표 실증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이 대통령은 이날 청송군 진보면 진보전통시장 인근 상권을 방문해 음식점과 정육점, 마트, 약국, 세탁소, 미용실, 옷가게 등을 둘러보며 기본소득 지급 이후 변화를 살폈다.한 청년 상인이 이 대통령에게 “가게를 하나 차리는 게 목표였는데 기본소득 때문에 장사할 만하다”고 말했고 다른 상인들도 기본소득 시행 이후 매출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윤경희 청송군수는 “기본소득을 시행한 지 2~3개월 만에 인구가 1500명이 늘었다”며 향후 인구가 3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이 대통령은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 윤 군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과 소고기국밥으로 오찬을 함께하며 농어촌 기본소득의 체감 효과와 지역 민생 상황을 들었다.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 완화 등을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기본소득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재정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지겠다”고 밝혔다.청송군 방문을 마친 이 대통령은 영양군 입암면 연당1리로 이동해 영양군이 운영하는 이동장터인 ‘마실장터’를 살폈다.마실장터는 인근에 상점이 없어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촌 주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차량 2대를 이용해 식료품 등 150종이 넘는 생필품을 판매하고 주문 물품을 직접 배달하고 있다.오도창 영양군수는 이 대통령에게 “기본소득 지원 효과로 영양군이 반세기 만에 인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이 대통령은 마실장터를 둘러본 뒤 연당1리 마을회관에서 주민과 소상공인, 지역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기본소득이 지역 정착과 소비에 미치는 효과와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이 대통령은 “영양 산너머가 안동이다. 어린 시절 귓병이 나서 아버지 손을 잡고 영양에 왔던 기억이 있다”며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육지의 섬이 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양에 기본소득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기본소득이 실효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지역 자체 재원을 활용해 기본소득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이 대통령은 전국 최대 규모의 풍력단지가 있는 영양군이 바람과 햇빛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공유수익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양군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간담회를 마친 이 대통령은 영양전통시장을 찾아 주민들과 만나 지역 경제 상황을 살폈다.청와대에 따르면 청송군과 영양군은 각각 올해 6월과 2025년 10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두 군은 자체 군비를 추가 투입해 주민 1명당 월 2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청와대는 기존에 인구 감소가 이어지던 두 지역이 시범지역 선정 이후 인구가 5% 이상 증가하고 지역 상권 매출도 늘어나는 등 지역사회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영양군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영양군 인구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전월보다 788명, 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다만 인구 증가가 기본소득만의 효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도 향후 인구 유입이 실제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지역화폐 사용 기반도 확대됐다. 농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영양군 지역화폐 가맹점은 기본소득 지급 이후 6개월 동안 194곳 늘어 증가율이 41.5%에 달했다. 먼저 사업을 시행한 10개 군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청송군은 8월부터 주민 1명당 월 20만원을 청송사랑카드로 지급하고 있다. 기존 거주 주민에게는 첫 지급 당시 7월분을 소급해 40만원을 지급했다.8월 12일 기준 신청자는 2만2307명으로 당시 전체 대상자 2만4437명의 91.3%를 차지했다. 당시 신청자 전원이 지급 대상자로 확정될 경우 매달 44억6140만원의 지역화폐가 청송군에 공급되는 규모다.청송군은 기본소득 소비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생활권에 따라 사용 범위를 나눠 운영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주유소와 편의점 등으로 사용처를 확대했다.정부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방소멸 대응의 주요 정책수단 가운데 하나로 확대할 방침이다.현재 전국 17개 군인 시범지역을 내년 35개 군으로 늘리고 관련 예산도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3047억원에서 내년 1조1658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예산안에 반영했다.국비 지원 비율도 4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이 포함됐다.농식품부는 11월 3일까지 현재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감소지역 52개 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18개 군 안팎을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사업 규모와 예산은 국회 예산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대통령이 직접 청송군과 영양군을 찾아 기본소득 시행 이후 주민과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변화를 확인하고 지방재정 문제까지 점검한 것은 내년 사업 확대를 앞두고 현장 중심의 제도 보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영양군에서 나타난 인구 증가와 지역화폐 가맹점 확대, 청송군의 생활권별 지역화폐 운영과 사용처 확대는 신규 참여지역의 사업 설계에도 주요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다만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방비 부담과 지역별 사용처 부족, 기본소득을 계기로 유입된 인구의 실제 정착 여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의 지속성 등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이 대통령이 청송군에서 재정 지원에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영양군에서는 “기본소득이 실효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 만큼 두 지역의 성과와 과제는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와 재정지원 체계를 결정하는 주요 판단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