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계가 부품 공통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3월 발생한 대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완성차 업계와 부품 업계가 협력관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철강을 비롯한 화학업체들까지 이번 부품 공통화 작업에 발 벗고 나서면서 대지진 피해복구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관련 업계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요타,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 업체들은 최근 부품 공통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업체들은 부품 간 기능 차이가 적은 보급품을 대상으로 공통화 작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환경, 자동차 성능 등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통화 작업이 이뤄진 부품은 각 완성차 메이커가 자동차 모델에 관계없이 공급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재난 대비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 수익 개선 효과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브랜드별로 독자적인 부품을 사용해왔다. 더욱이 제품의 차별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종마다 부품의 사양을 세세하게 구분해 왔다.
각 부품 조달업체들은 이러한 세세한 사양에 맞추기 위해 생산품목 수를 늘릴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조달방식은 재해 시 공급망을 차단해 일본은 물론 해외 완성차 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실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일본차 점유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특히 지난 3, 4월 일본 자동차 생산은 전년보다 50~60% 감소하며 금융위기 때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까지도 복구 작업에 총력을 쏟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부품 수급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본 브랜드 차량의 판매가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 일본만이 공급 가능한 부품소재 산업의 저변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자 현지 부품 업체와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공통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이미 강재규격 등에 대한 공통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지진 당시 스미토모 제철소의 생산라인이 정지됐을 때 완성차 업체들은 신일본 제철 등에서 대체재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일본 정부 역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반도체 등 관련 업계의 표준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며 지진 피해를 입은 중소 부품소재 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부품 공통화 작업은 독점 조달 방식이 만연한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전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발생한 자동차 엔진부품 생산업체인 유성기업 파업으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에 전반적인 생산 차질이 생겼을 당시에도 이 같은 공통화 작업의 필요성은 대두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현재 부품 공통화 작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아직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