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북 왜관 미군기지 내 고엽제 매몰 의혹 파문과 관련해 현행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운영 개선 문제를 검토하자고 미국측에 제안했다.
외교통상부는 14일 오후 미국측과 용산 미군기지에서 제188차 SOFA합동위원회 회의를 열고 주한미군 기지의 고엽제 매몰 문제를 협의하며 이같이 제안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행 SOFA협정을 충실시 적용해 사실관계 확인 및 후속조치를 취해 나가되, 필요한 경우 SOFA 운영 관련 개선 방안을 검토하자고 미측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SOFA 개정과 한·미간 SOFA 협의체 운영 개선 문제를 모두 포함해 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 제의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한미군사령부가 낸 보도자료에도 우리 측의 SOFA 운영 개선 제의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현행 SOFA에는 한국으로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오염조사와 치유비용을 미군측이 부담하도록 하는 오염자 부담원칙이 있지만 주한미군은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는 규정을 들어 책임을 회피해왔다.
오염 정도가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할 정도가 아니라면 정화 비용과 배상을 미군측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미군기지 대부분은 오염정화 없이 반환됐고 정부는 오염 정화 비용을 부담해왔다.
당국자는 "한국과 맺은 SOFA 환경 관련 합의가 미국이 다른 국가와 맺은 합의와 비교해 우월한(한국에 유리한) 수준이라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과 필요 조치가 마무리되면 어떤 면을 개선할 수 있는지 미국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그 시점에 대비해 (SOFA 개정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양국 정부는 고엽제 매몰 문제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다는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철저하면서도 투명하게 조사를 완료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와함께 군산 미 공군기지 내 우리 민간 항공기 운항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에도 국내선 및 국제선 운항 관련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키로 했다.
또 용산기지 이전 사업의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조속한 사업 완료를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SOFA합동위원회는 SOFA 제28조에 의거, 협정 이행 사항과 관련한 한·미간 협의를 위해 1967년2월9일에 설치돼 연례적으로 운영되어 온 고위급 SOFA 공식 협의체다.
합동위원장인 김형진 외교통상부 북미국장과 제프리 레밍턴 주한미군 부사령관의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한국 국방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관계자와 주한 미군,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 분과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했다.
정부 당국자는 "고엽제 매립 보도 관련 한·미 공동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회의가 시의적절하게 개최돼 양측이 공동조사 진행 동향을 점검, 평가하고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 완료를 독려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