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학교 수학여행의 비리개선 등을 위해 추진하려던 '다수공급자계약제도'가 사실상 무산됐다. 교과부가 이달부터 '시범실시'라는 명목으로 전국 학교(초 중 고)를 대상으로 일괄 시행할 방침이었던 이 제도는 경주와 속초지역 등 숙박업체들의 강한 저항에 부닥치면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다만 교과부는 내년 상반기로 유보한다는 별첨을 달았지만 이는 시행방침 무산으로 구겨진 체면을 세우려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며 교과부는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당초 교과부는 이 제도를 추진하면서 공급자와 소비자(숙박업체와 학교) 사이의 비리를 근절하고 학교편의중심의 계약시스템을 강조했다. 하지만 숙박업계는 "수학여행 비리문제는 '여행사와 학교간'에 먼저 벌어진 문제였는데 왜 교과부가 마치 이를 숙박업체가 주도적으로 저질러온 비리인양 몰아세우는지 모르겠다" 며 교과부의 어설픈 진단에 분노해왔다. 또 이 제도는 숙박업계가 보기엔 교과부가 조달청 나라장터라는 거창한 입찰사이트에 여행사를 끌어들여 최저가(입찰) 선택권만 강조한 나머지 시설과 서비스의 품질저하를 외면해 '반 숙박업 친 여행업'이란 형평을 잃은 제도로 인식되면서 문제가 확산된 것이다. 더욱이 교과부가 이 제도를 추진하면서 공청회 한번 하지 않았다는 것이 숙박업계의 일관된 주장이고 보면 ‘공정사회’와 ‘친 서민정책’을 부르짖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에도 반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많은 학부모들과 교사들도 "비리가 있으면 제도적으로 엄벌하는 게 우선이다, 왜 교과부는 난데없이 학교와 학생들의 자율권을 억압하느냐"며 ‘다수공급자계약제도’를 고집하는 교과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특히 학부모와 교사들은 "다양한 숙박시설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정부(교과부)가 '다수공급자계약제도'라는 명분으로 축소하는 모양새는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비난의 화살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해당 학교와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자율적인 선택권과 여행의 가치를 관(교과부)이 나서서 억압하는 격"이라며 교과부의 '반 민주적' 시책에도 비난을 쏟아냈다. 다행히 늦게나마 청와대가 '문제점이 많다'고 결론짓고 교육부에 호통을 친 덕에 이 제도는 보류됐고, 고사 위기에 놓였던 관광단지 숙박업계는 겨우 한숨을 돌리게 했다. 진짜 교육계의 구조적인 비리는 오히려 대학(재단)에 만연해 있다. 이를 놔두고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생뚱맞은 제도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더욱이 교과부는 교육의 가치를 외면하고 학교를 기업 다루듯 하는 사학재단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부는 학부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하다시피한 채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면서 어렵게 장만한 등록금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적립금이나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전용한 다수 사학재단의 비리부터 일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실정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당장 시급한 사학 비리근절엔 손도 못대면서 중고생 수학여행같은 지엽적인 문제엔 일일이 끼어들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교과부는 강자엔 비굴하고 약자엔 오만한 비교육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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