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기업의 TV광고에 나오는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인가 했지만 어느 날 다시 귀 기울여 보면서 ‘아하!’하면서 무한한 위로를 받는 느낌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TV광고에 남자가 짐을 들어주며 남녀가 다정다감하게 길을 걸어간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고 그동안 우리 집만 그런 줄 알고 투덜거렸는데 TV광고로 나올 정도라면 아직도 옛 유교사상의 보수가정이 꽤 있다는 말이 아닌가? 남편은 벌써 오래 전 다니던 직장에서 퇴임하고 지금은 소일거리로 봉사단체에 정기적으로 나가며 텃밭 가꾸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직장생활과 사회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현관문만 들어서면 나는 주부(집사람)로서 모든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만 남편은 가장이라는 높은 신분 덕분에 집안일에는 거의 모르쇠 하는 귀중한 몸이다. 가끔 눈치를 살피며 기분 좋은 때 청소기를 좀 밀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세탁기는 거의 매번 밤늦은 시간에 돌린다. 그래야 아침에 일어나자말자 빨랫줄에 널어 저녁 퇴근 후에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하루일과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집에 들어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을 때가 있지만 남편은 집사람이 일찍 귀가하였으니 식사가 거하게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집안이나 집밖에서나 늘 시간에 쫓겨 마음이 바쁜 나는 집안에 들어가면 언제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다 못하는 죄인(?)같은 느낌.... 그래서 이런 것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폭발하면 거대한 핵폭탄이 되어 치유하기에는 한동안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자주 다투며 힘겨루기로 결코 지지 않으려고 앙탈을 부리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마치 태평양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도인처럼 지는 것이 이긴다는 최면을 스스로에게 건다. 이런 중에 본 TV광고는 엄청난 위안이 된다. ‘밖에서 보여주는 당신의 좋은 모습, 집안에서도 보여주세요!’ 광고는 왜 하필 남편이 텃밭에 나가고 없을 때에만 나올까? 구미1대학 교수 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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