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을 업어 강을 건네주고 길을 가던 수도승에게 묻습니다. 어찌 수도자의 신분으로 여인을 업을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그 수도승은 ‘나는 그 여인을 벌써 강에 내려두고 왔는데 그대는 아직까지 업고 있소’,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을 새삼 떠올려 봅니다. 그것은 내려놓음과 채움이 이루는 하나의 하모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에게는 가볍지도 않고 쉽지도 않았던 일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정치는 이상(理想)의 날개를 접은 듯 국민들에게 실망으로 다가와 신뢰를 잃게 했습니다. 매섭게 몰아쳤던 경제한파는 차가운 볼을 비비는 국민의 손을 더욱 시리게 했습니다. 우리사회는 화합보다는 분열과 다툼을, 타협보다는 대립과 갈등을, 믿음보다는 반목과 불신을 낳게 했습니다. 그 속에서 공생의 아름다운 가치는 조금씩 퇴색되어 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 해의 길목에 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합니다. 봄기운에 만개했던 꽃잎이 만추(晩秋)의 낙엽으로 化했다가 설화(雪花)로 피어나듯이, 신록의 푸르름에 잎들을 무성히 열어보였던 나무들이 찾아 올 새봄을 향해 이 겨울 추위를 견뎌내듯이, 저와 여러분,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나간 삶의 힘겨움과 슬픔을 견뎌내고 맞이할 삶의 희망과 기쁨을 꽃피우게 될 것입니다. 마치 한 겨울 서리와 설(雪)의 무게를 뚫고 나와 희고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는 인동초(忍冬草)와도 같이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내려놓음이 채움이라는 송구영신의 참 뜻이 아닐까를 생각합니다.
시작은 끝이 아닙니다.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우리 국민은 인내로 어제의 힘듦과 어려움을 견디어 냈습니다. 우리 국민은 슬기로움으로 오늘의 역경을 반드시 딛고 일어 설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은 강인함으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분열된 로마를 하나로 통합했듯이, 분열된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을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하나의 어울림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저와 한나라당은 과거의 부침을 내려놓고 내일의 희망을 채우기 위해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임진년 새해 내내 건강하시고 건승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