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14일에서 15일 사이에 일어난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우리나라 최대의 환경오염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구미공단에 입주한 두산전자가 가전제품의 회로기판 제작용 페놀30t을 유출하면서 발단이 된 이 사건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수질검사항목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던 부색무취의 페놀이 물 소독용 염소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서 클로로페놀로 변했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악취가 발생한 것이다. 16일에는 이 수돗물이 250만 대구시민들에게 공급이 돼 사건을 키웠다. 시만들의 항의가 거세졌고 마침내 두산제품불매운동으로 번졌다. 거리에선 두산맥주 깨트리기 퍼포먼스가 벌어질 정도였다. 공추련이 환경허용치인 페놀 5ppm용액에 금붕어 2마리를 넣어 실험한 결과 그 금붕어는 3시간여만에 숨졌다. 언론은 페놀이 심각한 발암물질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낙동강페놀은 경남의 취수장에 까지 흘러들어 1300만 남도인들이 심각한 식수난을 겪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환경운동이 벌어졌고 정부도 음용수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후에는 수많은 임산부들이 유산하거나 기형아를 출산했다는 주장이 나와 한번 오염된 물이 우리에게 주는 파장의 심각성을 실감케 했다. 이후에도 낙동강은 2004년1월의 다이옥산사건, 2006년 퍼클로레이드 검출사건등 수많은 오염사건으로 점철돼 왔다. 낙동강은 최상류인 강원도 태백시에서부터 오염원을 끼고 돌아 경북에 들어서면 구미공단을 비롯한 대구등 도시주변의 오염원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하류인 부산지역이 낙동강을 원수로 하는 상수도 공급라인을 재고하고 있는 것도 낙동강의 오염과 무관치 않다. 부산시의 상수도공급이 고도정수시설에 의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낙동강살리기사업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4억4천만루베의 모래가 없어졌다. 이로인해 강의 자정능력에 심각한문제가 생길 것이라는게 그들의 시각이다. 페놀이나 중금속등 발암물질의 유입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수량이 풍부해지는 것은 틀림없지만 어떻게 지키느냐가 과제인 것이다. 낙동강살리기의 외형적 공사완공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강이 1300만 남도인의 젖줄이 되기 위해선 이제부터 쏟아붓는 정성과 지키려는 의지, 감시의 눈이 필요하다. 또다시 페놀사건과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낙동강은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지 모른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낙동강 주변은 오염원들이 널브러져 있다. 아직 하수관거시설이 없는 농촌마을이 있고 축산폐수도 위험수준이다. 강을 끼고 있는 수많은 제조업체들도 잠간 소홀해지면 공해물질이 강으로 마구 쏟아져 나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강의 지류는 아직도 옛날 그대로다. 이제부터 낙동강 본류와 호환성을 갖도록 정비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낙동강 살리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환경청은 올해 낙동강유역 환경기초시설에 2,585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차수관거시설과 하수처리장신설에만 모두 113건 1,743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하수처리장은 오염된 물을 강으로부터 차단하는 1차 관문이다. 생활하수가 정화돼 강으로 유입되는 과정은 강살리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하수도 보급률을 높이고 축산폐수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것도 낙동강 본류를 지키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강을 준설하면서 생긴 신규습지를 상시 모니터링해 생태계의 건강성회복에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것도 지금부터 할 일이다. 페놀사건과 같은 대형사고를 막기위해 화학물질 반응시스템을 제대로 가동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낙동강살리기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1300만이 기댈 젖줄, 남도인의 안식처가 바로 낙동강이다. 강의 오염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은 이제 시작이다. 그 몫은 환경청이 아니라 1,300만 주민들의 몫이다. 지키고 가구는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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