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5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우리 정부는 이 기간 중 열리는 한일간 양자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이번에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 일정 자체가 한중일 투자보장협정 등 3국간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한일 양자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위안부 문제는 원칙에 입각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지지 않는 것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3국 정상회담 기간에 별도 부속회의 성격이 짙은 회담이니 만큼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의제에 굳이 무게를 실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여기에는 최근들어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없다는 고민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18일 일본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전체 회담 1시간 중 40여분을 위안부 문제에 할애했다. 당시 주일 한국 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평화비' 철거 논란으로 증폭된 국내 비판론을 의식한 것이긴 하지만, 정상회담 초점 자체를 위안부 문제에 집중시킨데 대해선 추가적인 외교 마찰까지 감수한 것이었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당시 교도통신은 "이 대통령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한국 내에서 배상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국 정상이 목표로 하는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른 일본 언론들도 한국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격적 거론으로 한일관계 발전에 암운이 드리웠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상 간 약 200여건의 정상회담이 이뤄진 반면, 일본 총리의 일정 때문에 한일 정상 간 회담은 성사되지 못했고 갈등 봉합의 접점은 찾아지지 않았다. 때문에 5개월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또다시 위안부 문제 등으로 껄끄러운 대화가 오가게 될 경우 경색된 한일관계가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부담을 정부로서는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에는 발을 빼려고 하는데에는 최근 양국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 군사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사정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일관계에 대한 민감한 국민정서를 감안했을 때 위안부 문제 등이 또 다시 불거질 경우, 군사협정 체결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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