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은 14∼15일 이틀간 미얀마를 방문한다.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선 아웅산 테러 이후 29년만에 처음이다. 1983년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때 발생했던 북한 측 아웅산 테러이후 우리 정부는 국제 사회의 미얀마 제재 움직임 등을 고려, 고위급인사 교류를 자제해 왔던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앞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에 대해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미얀마가 경제분야 대외개방 및 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 작용했다. 미얀마는 구리 철광 아연 등이 풍부한 자원부국으로 우리나라와 자원개발과 관련된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2일 외교장관으론 27년만에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 통상·투자와 개발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실질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한 것도 정상회담 사전 준비차원으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 기간에 현지 진출기업 및 동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 한편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는 또 미얀마의 대외 개방· 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려는 이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번 방문 중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와의 면담 및 기자회견 일정(15일)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때문에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북 측에 대해 변화 필요성을 거듭 지적, 압박해 왔다.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 붕괴 등 지난해 아랍의 봄이 미얀마를 거쳐 북한으로 확산됨으로써 대외 개방과 민주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해왔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20일 '통일정책 최고위 과정' 특강에서도 "세계사적 흐름은 막을 수 없다. (아랍 민주화) 바람이 아시아까지 와서 미얀마에 와 있다 생각한다"며 "이제 한반도를 거쳐 남미나 어디까지 갈 지 모르지만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장기독재정권이 역사적 변화를 겪는 시대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한국은 이제 경제협력도 중요하지만 민주화 이야기를 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웅산 수지 여사는 미얀마 독립운동 지도자였던 아웅산의 딸이자 군부 독재에 맞서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2010년 11월 7년간의 가택연금에서 석방된 후 정치활동을 재개, 지난 달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앞서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고 2002년 유네스코인권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 7월엔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양심 대사(Ambassador of Conscience)'상의 수상자로 선정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