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강제노역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일본 기업들로부터 배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24일 강제징용 피해자 9명이 (주)미쓰비시중공업과 (주)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 기업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모두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거쳐 배상액이 확정돼야 하고 손해배상액이 결정되더라고 일본 기업으로부터 실제 지급받기 위해서는 강제집행절차를 거쳐야 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해당 일본 기업의 한국내 재산은 국내 업체의 강제집행절차와 동일하게 처리, 환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내 재산의 경우에도 일본에서 집행 판결을 받을 경우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미쓰비시중공업는 아리랑 3호 발사 용역을 책임진 회사로 한국에도 지사를 가지고 있으며 신일본제철은 일본 최대 철강업체로 포스코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이날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고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린 이근목씨(86) 등 5명이 '1억1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주)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과 임금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같은 재판부는 이날 여운택씨(89) 등 4명이 '1억원씩을 지급하라'며 일본제철의 후신인 (주)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일본 재판소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는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판결이유가 담긴 일본 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는 결과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더구나 청구권협정으로 포기된 것은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일 뿐 개인의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