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내 비박(비박근혜)계 대선 주자 중 한명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가 9일 당내 대선후보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4월 29일 출마 선언 이후 72일만이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7년 민주화 이후 4반세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정당독재가 미화되고 찬양되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일"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에게 정직하고, 역사를 두려워하는 새누리당을 만들기 위해 출마하지 않겠다"며 "당의 최대 축제인 대선후보 경선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커다란 슬픔인 동시에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당에 해가 되는 일이라고 말씀 하는 분도 있지만, 당의 잘못을 묵과하는 것이 오히려 당을 더 해치는 일이고 책임있는 당원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과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활동 기간 중 당의 비민주적이고 구태의연한 행태에 대해 여러번 지적한 바 있다"며 "박근혜 전 대표와 당 지도부에 충정 어린 고언을 여러 번하며 경선 규칙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 것을 거듭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제 자신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상대방을 무턱대고 비방한 것이 아니다"며 "새누리당이 민주적인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대표는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당 지도부를 겨냥,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새누리당을 보면서 정당 민주화의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며 "절대적인 지분을 가진 일인자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이 당의 대선 승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논리야 말로 새누리당이 처한 역설적이고 통탄할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며 "저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지만 경선이 형식에 흐르지 않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진솔한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경선 불출마 선언 이후 탈당후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을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