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은 천혜의 자연조건인 화려한 산수와 청정지역으로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어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진 진상미가 많았다.
그중에서 쌀, 누에, 곶감으로 대표되는 상주 '삼백미', 예천 '용궁진상미', 안동 '와룡쌀' 등이 오랫동안 명성 있는 지역특산미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와 같이 쌀 생산의 역사성과 좋은 자연환경 등 맛좋은 쌀을 생산할 여건이 충분한데도 경북 쌀은 전국 쌀 시장에서 고품질 브랜드로 평가받지 못하고 중저가 쌀로 거래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구, 경북지역에 쌀 브랜드가 170여개가 난립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명성 있는 브랜드는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의심스럽다. 그 원인은 쌀 생산주체가 브랜드를 만들기만 했지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지역 쌀이 전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 쌀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밥맛이 좋은 고품질의 종자선택이 필요하다. '볍씨 선택은 맏며느리 고르기와 같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볍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다음은 생산자가 재배농법을 통일해 품질이 균일한 쌀을 생산해야하고, 연중 일정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물량이 확보돼야 하며, 최첨단 도정시설에서 잘 가공해 공급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브랜드화를 촉진하려면 생산농업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농업관련기관도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종자공급기관은 질좋은 우량종자를 농업인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지도기관은 생산자단체, 미곡종합처리장, 브랜드경영체 등이 넓은 들판을 중심으로 생산자를 조직화, 규모화 하여 좋은 쌀을 생산하도록 지도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쌀 품질 및 유통관리 전담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100년 전통의 농산물검사 전문성을 살려 쌀 생산과정상의 품위점검과 지도를 강화하고, 현재 시행중에 있는 '양곡 품질표시제'의 표시사항 중 밥맛 결정요소인 품종명, 등급, 단백질 함량 등의 표시를 확대하며, 유통과정상의 부정유통방지와 원산지를 거짓표시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해 양곡 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그러나 쌀 생산 개별주체 및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경북 쌀의 브랜드화를 촉진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농업인, 농업관련기관 및 단체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기관별 역할분담을 통해 쌀 경쟁력 향상대책을 적극 추진할 때 그 효과가 가시화 될 것이다.
그리고 경북 쌀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홍보가 병행될 때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명성있는 브랜드 쌀이 많이 생겨나고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도 그 동안 쌀 품질 및 유통을 관리하는 최고의 전문기관으로써 그 역할을 잘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간의 경험을 살려 우리 지역 쌀의 브랜드 명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 들녘의 벼는 따가운 태양을 받아 검푸름이 더 해가고 있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올해도 풍년 농사와 풍성한 가을을 기대해 본다.
김재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