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포항 초는 한때 전국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면서 그 명성을 높였으나 최근에는 20~30%에 그치고 있어 경쟁력은 물론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포항 초가 옛 명성을 되찾고 경쟁력 제고는 물론 무한 경쟁체제에서 타 지역과 유통주체들을 이기기 위해 포항 초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본다.
포항시의 북쪽은 영덕군·청송군, 남쪽과 서쪽은 경주시·영천시와 접하고 동쪽은 동해에 면하고 있다.
북서부는 태백산맥의 남단부에 해당하는 산간지역이다. 그러나 경주∼안강∼신광∼청하를 잇는 구조선(언양단층선의 연장)의 동쪽지역은 태백산맥과는 별개의 지형을 형성해 낮은 구릉성 산지, 충적평야를 이루고 있어 농경지로 적당하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형산강(兄山江)은 영일평야를 이루고, 북쪽의 곡강천(曲江川)은 신광분지, 흥해분지를 형성한 뒤 동해로 유입된다. 영일만 북쪽 해안은 급경사의 구릉이 산재한다. 장기반도는 제3기화산암 및 현무암으로 된 100m 전후의 대지를 이루며, 해안선을 따라 해안단구가 발달해 있다.
기후는 내륙지역에 비해 겨울이 따뜻하고 기온의 연교차도 적으며, 강수량도 비교적 많고 해류 때문에 안개가 자주 낀다. 1월 평균기온 1.6℃, 8월 평균기온 25.4℃, 연평균기온 13.8℃, 연강수량은 1120.3mm이다.
시금치의 원산지는 아프카니스탄 주변의 중앙아시아이다. 7세기경에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11∼16세기에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우리 땅에는 조선 초기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겨울 시금치를 전국적인 브랜드로 만든 최초의 지역은 포항이다. 1980년대에 포항 초라는 이름이 생겼다. 처음에는 재래종의 시금치였으나 요즘은 개량종도 많이 심는다.
포항 초는 포항에서 재배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개량종 시금치에 비해 키가 작지만 향과 맛은 훨씬 뛰어나고, 가격도 비싸다. 포항의 바닷가 노지에서 햇빛과 바닷바람, 유기 퇴비를 먹고 자란다. 바닷바람이 적당한 염분을 제공해 맛을 더 좋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뿌리 부분에 흙이 쌓이도록 모래땅을 복토해주므로 뿌리가 길고 강하면서 빛깔도 보기 좋은 분홍색을 띤다.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크게 자라지 못하고 뿌리를 중심으로 옆으로 퍼지며 자라기 때문에 뿌리부터 줄기와 잎까지 영양분이 고르게 퍼져서 일반 시금치에 비해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저장기간도 길다. 일반 시금치는 사계절 내내 나는 데 비해, 포항초는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겨울이 제철이다.
시금치의 효능은 변비에는 야채를 먹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시금치와 당근을 혼합한 주스가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으며 여러가지 실험 결과 암예방에 효과가 밝혀졌는데 이는 시금치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에 의한 것이다. 특히 시금치는 흡연자에게서 많이 발생되는 폐암의 발생율을 낮춰주는 효능이 증명됐다.
1969년에 일본의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에서 시금치가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 것을 발견했다. 즉 시금치는 콜레스테롤이 코프로스타놀로 바뀌는 것을 촉진시켜 이를 쉽게 체외로 배출시키므로 자연히 콜레스테롤이 감소된다고 한다.
특히 시금치는 비타민 A와 C가 많기 때문에 감기 예방, 거친 피부, 기관지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 그 밖에 비타민 B1, B2, 칼슘 등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함유하기 때문에 허약체질이나 쉬 피로해지는 사람의 체질개선에 이상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효능을 가진 포항 초는 포항을 대표하는 작물로서 KBS 1TV 도전골든벨 연일고편 1번 문제에 출제될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다. 바닷가 노지에서 햇빛과 바닷바람, 유기퇴비를 먹고 자란 포항초는 현재 550여 가구가 323ha에서 4570여톤을 생산하고 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에도 해풍을 받아 더욱 푸르른 포항초는 맛과 향기가 뛰어나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과 이마트 등 대형 유통센터로 고정 출하되면서 재배농민들은 연간 약55억의 소득을 올리는 부농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시금치가 자라고 있는 이 기름진 토양이 어느날 영일만 신항공사와 항만배후산업 단지 개발 등으로 일부지역은 사라질 기로에 서 있어 재배농민들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으며 포항 초를 대표하는 곡강시금치가 사라지면 포항 초 또한 그 명성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 된다.
현재 포항 초는 경남 남해, 고성, 전남 신안에서 생산되는 시금치와 시장에 나오는 시기도 10월 말에서 3월 말까지로 비슷하다. 재배 환경도 '바다 옆의 밭'이라는 특징에서도 비슷하며, 맛도 그닥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포항 초는 타 지역 시금치와 차별화가 되지 않아 관내 일부 대형유통업체에서는 남해 초를 주로 취급하고 있고 타 지역 시금치가 포항초로 둔갑 판매되어 포항을 대표하는 포항 초가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농가, 작목반, 등 생산주체는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포항 초의 명성을 지키려면 지리적 표시 등록으로 보호해 줘야 한다. 그렇게 보호해 줌으로써 지리적 특산품의 품질향상과, 지역특화산업으로써 육성도모하고 특산품 생산자를 보호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충분한 제품구매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켰을 때만이 비록 포항 초는 옛 명성을 되찾고 타 지역과 유통주체들과의 무한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김우규 포항·울릉농산물 품질관리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