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세우고 일구고 가꾼 역사상의 인물들을 되돌아보는 ‘신라 역사 인물 특별전’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마련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2010년에 그 첫 번째 전시로 원효대사전을 개최한 바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문명(文名)을 떨친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미상)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최치원은 신라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학자이며 사상가이고 관료였다. 그는 12세의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유학해 18세에 과거에 급제해 당나라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하게 된 최치원은 황소의 난을 평정하는 ‘격황소서’(檄黃巢書)를 지으면서 그의 문명을 널리 떨치게 된다.
885년 신라로 돌아온 최치원은 왕실에서 외교문서를 작성하는 등 많은 일을 했다. 894년에는 신라의 개혁을 위해 ‘시무10여조’(時務十餘條)를 지어 진성여왕에게 올렸으며 진성여왕은 이를 받아 들여 최치원을 6두품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인 아찬(阿?)에 제수했다.
그러나 ‘시무10여조’는 진골 세력 등의 반발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고 이는 최치원이 세속을 떠나 은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다.
최치원은 정치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의 학문은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나 후세에 모범이 됐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문인들은 그를 동방의 문종(文宗)으로 추앙하고 기리는 글들을 많이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최치원의 여러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최치원이라는 인물을 조명해 보고자 하며 전시는 ‘1부 청운의 꿈을 품다’, ‘2부 세상에 문명을 떨치다’, ‘3부 서책으로 베개를 삼고 풍월을 읊다’, ‘4부 최치원을 추억하다’ 등의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최치원의 대표적 저술인 ‘계원필경’을 비롯해 ‘사산비명’ 탁본 등 100여점이 선보인다. 이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최치원 진영’(崔致遠眞影)은 보존처리를 마친 뒤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밖에도 김종직(1431~1492), 남효온(1454~1492), 이황(1501~1570), 김창협(1651~1708) 등의 조선시대 문인들의 시문집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번 전시가 천여 년의 시공을 뛰어 넘어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주옥같은 글을 남긴 고운 최치원 선생과 대화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기간은 오는 18일부터 11월 18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전시가 열리고 월요일은 휴관되며 단 10월 1일은 개관하고 2일 휴관한다.
전시기간 중 10월 27일 오후 3시 동국대 김복순 교수의 최치원의 저술과 사상에 대해 기념 강연회가 마련돼 있다.
박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