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1시20분. 이렇게 오늘도 야간근무 준비가 시작 되었다. 벌써 15년 넘게 교대근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이트 근무시간이면 긴장감에 신경이 먼저 반응한다. 자식 교육 문제로 올 초에 기러기 아빠가 된 후로는 혼자서 밥 먹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생활이 더 힘들어 진 것 같다. 항상 긴장하며 근무하고, 교대근무 핑계로 불규칙 식사교대근무자들은 위장병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올 여름처럼 전력수급 때문에 연일 비상이 걸리는 시기에는 특히 더 근무 중 긴장의 강도가 심하다. 이것저것 서류정리하고, 현장 돌아보고, 신입사원 교육시키고. 근무시간이 언제 지나가는지 모르게 빨리 지나간다. 이번 무더위에 발전소 터빈건물 온도는 약 43℃를 넘어가곤 하는데 현장 운전원들도 이곳 설비를 돌아보고 오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마치 사우나 하고 나온 듯. 그래도 퇴근 후 시원한 샤워와 가족들이 있기에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닐까 근무 중 발전소에서는 약간의 비정상 상황도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흔히들 안전사고를 이야기할 때 하인리히 법칙을 예로 들곤 한다. 즉,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기 전 300건이나 되는 위험요소가 존재했다는 1대 29대 300의 법칙이 그것이다. 사소한 요소를 제거해나가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 더욱더 철저히 대처하고 있다. 남들은 원자력 발전소 주위가 위험하질 않나 하고 생각 할지 모르나 이곳에 근무하는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 하질 않는다. 우리 발전소 근무자들이 철저히 감시 및 제어를 하고있고 주기적으로 성능시험을 하고 있으며 비정상 및 비상상황에 대비 훈련을 하고 있는 등 안전하게 운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특히 발전소 근처에 가족들이 모여 살고 있다. 위험한 곳이라면 가족들을 데리고 살 수 있겠는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건이후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부정적인 시각도 많지만, 열심히 근무하는 근무자들이 있기에 이 문제 또한 좋은 방향으로 지나가리라 굳게 믿으며 오늘 하루 또 긴장한다.
정 현 울진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