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와 관련, 예상치 못한 '정치혁신위' 구성 제안에 내심 당황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을 문 후보에게 뺏겼다"는 말도 나온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야권 단일화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정치 쇄신'과 '국민의 동의'를 내건 후 줄곧 논의의 주도권을 잡아 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판단 근거가 모호한 '정치 쇄신'을 조건으로 걸어 놓고 "아직 부족하다"며 논의를 미루는 식이었다.
정치권은 안 후보가 논의의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골라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려 할 것으로 예측했다. 안 후보 캠프 내에서도 금태섭 상황실장이 "10월 말쯤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시점을 내부 조율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또 정책 선거를 주장하며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3자 정책 실무 회동을 제안하는 등 단일화 논의를 미루고 대선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전략을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시점에 조국 교수가 단일화 논의 중재안을 들고 나오고 여론이 이에 다소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정당혁신을 공동으로 추진한 뒤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정치혁신위 구성을 양 후보측에 제안한 바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이 제안을 이어 받아 조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혁신위 공동 구성을 정식으로 안 후보측에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안 후보측은 15일 일제히 "시기가 이르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를 제안한 민주당에 '당리당략'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했다.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정치혁신위' 구성과 관련, "지금은 각자가 열심히 새정치 비전과 민생의 비전을 갖고 국민들과 소통해야 될 때'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치개혁위원장을 민주당 측에서 조국 교수를 임명한 것은 객관적이고 적절했냐는 논란까지 있는 것 같다"며 "당리당략적인 입당론을 제시한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문재인 후보의 안 후보 입당 제의를 오버랩하면서 비판한 것이다.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브리핑을 통해 "(단일화 논의는) 다양한 방식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 논의를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시점에서 더 드릴 말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