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당장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 응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시간 벌기'에 나섰다.
안 후보는 30일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한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측에 대해 내달 10일까지는 정책에 집중할뿐 단일화 논의를 할 계획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그렇다고 단일화를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선 안 후보가 우선 내부 준비를 가능한 한 충실히 한 후에, 또 여론조사 등 시간이 흘러갈수록 자신에게 보다 유리해지는 방식으로 단일화 경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29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전체 캠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조회를 처음으로 주재하고 "11월10일 이전에는 단일화 논의를 자제하라"며 "종합공약발표를 통해 단일화에 대해 준비가 가시화될 때 까지는 우리가 단일화발언을 하기 보다는 준비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가 전했다.
유민영 대변인도 30일 안 후보가 전날 조회에서 "11월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했다.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 그때까지 정책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단일화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는 말도 함께 했다고 한다.
캠프 내 의견이 확실히 통일되지 않은 탓에 그동안 단일화에 대한 언급이 여러 형태로 쏟아져 나와 혼란을 가중시킨 부분이 있다고 판단, 안 후보가 분명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캠프 내 '입단속'을 시킨 것이다.
안 후보 본인은 "(정책 발표의) 목표는 11월10일 정도인데, 그때까지 열심히 하겠지만 시간이 더 필요할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당장 제시한 시점은 내달 10일이지만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정책이 10일 발표돼도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 개시 시점은 내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이처럼 단일화 협상 시기를 늦추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낸 것은 단일화에 앞서 정책과 조직 등 단일화 경쟁에서의 확실한 우위 확보를 위해 최대한의 준비를 갖추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일화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강한 승부욕이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안 후보는 단일화 방식으로 현재로선 자신에게 상당히 유리한 여론조사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당측의 '조기 단일화 협상' 프레임에 말려 들어갈 경우 모바일 경선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국민참여경선 방식의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국민참여경선은 조직력에 비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안 후보로서는 피하고 싶은 방식이지만 '국민의 뜻을 따른다'는 전제와 부합하는 방식이어서 안 후보가 거부할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모바일 투표를 포함하는 국민참여경선을 할 물리적 여유가 없고 결국 여론조사로 낙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안 후보 측으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로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양측이 대권 의지를 높이면서 지지층의 충성도도 견고해지고 있어, 담판을 통한 정치적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 경우 양쪽 지지층을 그대로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이대로 간다면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안 후보 캠프의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흐름은 나름대로 안 후보가 여러가지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30일 내주부터의 단일화 협상 개시를 공식 제안했지만 문재인 후보와 소원한 당내 일부에서는 논의 개시 시점을 압박하기 보다는 후보 등록전 단일화를 확실히 확보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문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민주당내 친안(친안철수)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렇게 엇갈리는 상황을 종합해보면 내달 10일 이후에도 안 후보 측이 더 시간을 끌 경우 결국 두 후보가 모두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철수 후보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내달 10일 이후에는 단일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했고, 유민영 대변인 역시 "하겠다, 안하겠다가 아니라 그렇게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시면 된다"고 즉답을 피했다. 11월 10일 이후의 상황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안 후보측 입장에 대해 문 후보 선대위의 이목희 전략본부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안 후보측이 자신들 지지도가 오르길 기다리면서 시간을 끌고 있지만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비판하며 "원칙을 내팽개친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아도 된다"고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