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 일부에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치개혁을 전제조건으로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 중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미 지난달 30일 '대통령 임기 초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이번 대선공약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밝힌 상황. 무소속 안 후보의 경우, 지난달 27일 이부영·정대철 전 의원 등과 만나 '분권형 4년 중임' 개헌 필요성 등에 관한 의견을 듣기는 했으나 오히려 개헌론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에 대해 새누리당 일각에선 "박 후보가 더 이상 여론 선점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후보의 경우 국민행복, 국민대통합과 함께 정치쇄신을 일찌감치 이번 대선의 핵심 추진 과제의 하나로 제시했었지만, 내부 논의가 길어지면서 그 주도권을 문·안 두 후보 측에 빼앗긴 형국이 되고 말았다는 이유에서다. 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안대희)도 이미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부분 지방정부에 이양하고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으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한 개헌안을 마련, 박 후보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후보는 1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4060 인생설계박람회' 개막식 참석 뒤 개헌 문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한 채 현장을 떠났다. 이를 두고 당 주변에선 "박 후보가 현 시점의 개헌 논의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주요 정책의제에 대한 대선 예비후보자들의 입장' 자료에서 "국가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정치 구현, 부패방지 등을 위해 4년 중임제가 더 낫다"는 입장을 이미 제시했었다. 다만 그는 '개헌 시점'에 대해선 "특정 시점을 적시하기보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후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적 공감대 없이, 또 민생현안이 실종될 정도로 정치쟁점화해서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먼저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우리도 개헌 문제를 전혀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은 민생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문 후보의 개헌 제안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거나 다른 이슈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형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전날 국회 브리핑에서 "현행 '1987년 헌법'이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개헌은) 국가의 미래와 전체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전략적·정치공학적인 차원의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새누리당이나 박 후보가 일부의 개헌 공론화 시도에 적극 호응하기보다는 당분간 여론 추이를 관망하며 현재와 같은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선대위 관계자도 "야당이 얘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쪽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미 '신호탄'을 쏘아올린 상황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의 개헌안을 제시하면 선거판을 이끌어가기보다는 야당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당내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이 '분권형 4년 중임제'로 개헌 추진 운동을 진행 중임을 들어 "개헌 논의 자체를 완전히 봉쇄할 필요는 없다"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개헌 카드'가 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보수층 유권자들을 끌어안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으려면 어쨌거나 박 후보가 호응을 해야 한다"면서 "박 후보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앞서 선관위에 제출한 개헌 관련 입장 자료에서 4년 중임제로의 권력구조 개편 외에 "사회 변화에 따른 기본권 확대를 위한 내용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한 부분 등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귀화자와 재외국민 증가 등 사회변화에 따라 현행 헌법에 차별금지 사유인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 이외에도 인종, 연령 등을 추가 예시할 필요가 있다. 또 생명권, 환경권 등 현대적 기본권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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