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교동, 월정교가 복원되고 인근의 향교와 최씨 고택, 계림숲,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으로 이어지는 관광일번지로 자리 잡은 곳에 최근 경주시가 교촌한옥마을을 야심차게 조성하면서 관광객 맞이를 서두르고 있다. 교촌한옥마을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아직은 텅빈 공간과 한옥만 덩그러니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는 넓은 공간 한쪽의 ‘말뚝박기’와 ‘널뛰기’ 두 점의 석조 조형물이 관람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기 때문.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발길을 멈추게 하는 조형물을 제작한 김진헌 작가를 만나 경주와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먼저 ‘말뚝박기’와 ‘널뛰기’ 에 관해 소개해 주십시오.. 말뚝박기와 널뛰기, 이 두 작품은 한국의 정통 민속놀이를 주제로 했으며, 특히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석재의 재질은 경주의 토함산 자락 장항리에 있는 자연석, 화강암을 사용했으며 화강석 본질의 거친 물성을 살리기 위해 파석의 효과와 투박하고 질박한 전통 석조기법의 미를 최대한 가미하려고 했습니다. 설치 장소 또한 이곳 교촌마을의 한옥들과 조화가 잘 되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욱이 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흥겨운 볼거리와 친숙한 느낌으로 와 닿는 새로운 포토존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래는 작품 3점을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공간도 부족하고.. 공연장 주변에 작품을 배치하고 나니 딱 제자리를 찾았다 싶습니다. ▲ 경주에 설치한 작품이 어느 정도 있으며,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은? 활동을 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나 경주에는 10여 곳에 작품이 있습니다. 봉황로 문화의 거리에 있는 토우와 황룡교의 귀면상, 아파트 입구 조형물 등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으며, 그 가운데 이곳의 작품이 가장 끌리는 것 같습니다. 내 고향 경주에서 내가 죽고 나서도 이 작품을 두고두고 정말 괜찮은 작품이라고 관광객과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작업은 봉사정신이 가미되지 않으면 힘든 작업입니 다. ▲ 기계가 아닌 수작업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경주역사와 현시대가 함께 어우러진 듯한 느낌을 주는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을 이용해 수작업을 해야 합니다. 자연석을 이용하다보니 돌을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원래 계획과는 다른 모양이 만들어 지기도 하지요. 최근의 2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4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습니다. 자연석 한 개의 큰 덩어리를 이용해 모양을 만들고 손으로 작업하다보니 양손이 모두 상처투성이에 멍든 자국이 사라질 날이 없습니다.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언제부터 인지요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고 나서 얼마 후 담임 선생님께서 내 손을 잡고 미술반을 추천해 주셨고, 그때부터 구경하기 힘든 왕자파스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량인근의 절이나 기차역 등을 자주 찾곤 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을 보내고,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의 특성상 그림과는 거리가 멀어 그대로 시간만 보내다 호텔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울리지 않음을 깨닫고 결국 다시 꿈을 품고 미대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졸업 후 전업작가로 자리잡기 어려워 잠시 학원을 하기도 했으나, 또다시 맞지 않는 일이라고 판단해 다시 34세에 대학원 입학을 결심했습니다. ▲ 경주와 조형물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우리 경주는 명실 공히 인정한 관광도시인데 유네스코에 등재된 석굴암을 보면 알 수 있듯 엄청난 걸작이 있어 우리나라 조각의 근원지라고 생각합니다. 경주의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한 조형물을 적재적소에 맞는 내용으로 설치해야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김유신 장군묘 인근에 김유신 장군의 일화, 천관녀에 관한 얘기 등 조형물을 비치한다던가 하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훨씬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괘릉의 예처럼 그런 작품들을 비치하고 예술작품을 이용해 진정한 경주를 위하고 진정한 경주다움을 알리는데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주에는 뜻을 함께 하는 작가분들이 있는지요 몇 분이 계신데 전문적으로 미술을 전공한 경우는 저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작업을 할 때는 항상 여러 석공들과 함께 제작활동을 합니다. 여러 방향으로 작업을 하게 하고 창작활동을 할 때는 직접 방법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석공 장인과 조각가는 같은 의미인지요? 석공 명장과 조각가는 다릅니다. 현대 조각가 중에는 철을 비롯해 청동, 돌조각 등 전공분야가 다양하나 직접 조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각가의 특징은 새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이고 석공 명장들은 석탑이나 문화재 등을 그대로 재현하고 복원하는 능력을 갖춘 분들입니다. 하지만 조각가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면 충분히 재현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법적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은 개인적으로 안타가운 부분입니다. 많은 예술적 감각과 상상력, 제작능력을 인정한다면 조각가들도 충분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헌 작가는? 경주상고와 동아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 서울과 부산, 경주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회와 입선6회, 신라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비롯해 경남미술대전, 충남미술대전, 울산미술대전, 청도소사랑미술대전, 한국현대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 또 지난 2009년, 2011년에 거창국제석조각 심포지움과 보령오석국제조각 심포지움 작가로 선정됐다. 현재는 동아대와 동의대 조소과 강사로, 경주시 미술장식품 심의위원 등을 맡고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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