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효과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정몽준 무소속 후보와의 '여론조사' 단일화(11월 24일) 직후인 25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43.5%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7.0%)를 6.5%포인트 앞섰다.
단일화 전인 11월 16일 실시된 한국갤럽 양자대결에서 이 후보(42.3%)에게 뒤진 38.3%를 얻었던 노 후보의 지지율이 5.2%포인트 상승한 것.
이같은 결과에 대해선 단일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는 했지만 결국 여론조사 단일화에 대한 승복을 통해 노 후보가 정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정 후보는 대선을 하루 앞두고 노 후보 지지를 철회했지만 노 후보는 단일화 효과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등의 상황 속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경우,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서 적잖은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안 전 후보의 일방적 사퇴로 야권 단일후보가 정해짐으로써 단일화 효과는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 전 후보의 사퇴(23일) 직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문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문 후보가 앞서는 결과도 있지만, 상당수가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박 후보에게 뒤지고 있고 단일화 이후 오히려 그 격차가 커진 결과도 나왔다.
TNS가 지난 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문 후보는 37.6%로 박 후보(43.4%)에게 5.8%포인트 뒤졌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전인 지난 17~18일 SBS 양자대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때의 박 후보와 문 후보의 격차 보다 2.2%포인트 더 벌어진 것.(박 후보 47.5%, 문 후보 43.9%)
문 후보가 앞선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결과를 보였다.
M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4일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문 후보는 41.2%의 지지를 얻어 39.2%를 얻은 박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지난 18일 실시한 MBC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얻은 45.6%때보다 지지율이 하락했고, 박 후보와 격차도 3.1%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좁혀졌다.
또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적으로 전체 부동층은 10%대 중후반으로 조사되고 있다. 안 후보 사퇴 전에 10% 미만이던 부동표가 5~10% 포인트 가량 늘어난 수치다.
홍영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6일 "문·안 단일화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1%+α(알파)가 나야하는데, 오히려 역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며 "이는 국민들이 문·안 단일화를 '단일화'로 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2002년 노·정 단일화 때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승복을 통해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선거에서 역할분담을 하고 공동정부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보여줬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단일화가 되면 문 후보 지지율이 47% 정도가 나와야 하는데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안 후보의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단일화 효과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문 후보 측 선대위 관계자는 "아직 단일화 효과가 반영되지 못 했다. 유보적인 입장인 유권자가 많아졌다"며 "안 전 후보와 그 세력이 문 후보 지원에 나서면 지지율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소장도 "안 전 후보가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며 "여론이 부정적으로 기울기 전에 하루빨리 문 후보가 안 전 후보를 만나 선거 지원을 당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