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한미 양국이 로켓 발사 후 필요한 대북제재 방안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8개월여만에 또다시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강력한 패널티'를 부여해야하지만, 수년에 걸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로 남아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먼저 제기된 제재 카드는 '금융제재'다. 특히 미국을 방문 중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방미 기간 중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보좌관과 회동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미 양측이 대북 금융제재안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아인혼은 미 국무부 안에서도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있다. 그가 이끄는 팀에는 특히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맡았던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있다.
BDA 제재는 2005년 마카오에 있는 은행인 BDA의 북한 계좌에 있던 2500만달러(약 270억원)를 동결시킨 것을 말한다. 이 조치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이 묶이면서 북한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인혼 팀의 주특기가 상대국의 돈줄 조이기인 셈이다.
그러나 과연 현 시점에서 이같은 대북 금융제재가 과연 실효성이 있냐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된다. 2005년 이후 국제금융 시장에서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은행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언제 북한 계좌가 동결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는 북한과 거래를 트고 있는 금융기관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조일 돈줄 자체가 없다는 이야기다.
관계자는 "상대방 멱살을 잡을래도 옷을 입고 있어야 잡는 건데, 벗거벗은 상태에선 잡을 멱살도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남한으로서도 쓸만한 대북제재 카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거치면서 남측은 5·24조치를 통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을 중단했다.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금강산관광사업도 중단된 상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한국과 미국 등의 대북 제재로 최근까지 북한의 금융 거래선이 중국으로 많이 넘어간 상태"라면서 "중국이 빠진 대북 제재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여서 이번 한미 정부의 대북 제재는 '레토릭(외교적 수사)'에 그치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초강도의 '이란식'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등의 외교안보라인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제재 범위와 내용이 과거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등 강경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시그널이 연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식 제재란 그동안 미국이 그때그때 마다 행정명령으로 가하는 제재가 아닌, 포괄적 제재를 뜻한다.
이는 북한과 관련한 기업이나 단체, 개인과 거래한 미국 기업은 물론 제3국의 기업·개인·단체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또 북한 금융기관과 거래한 외국 금융기관이 미국에서 영업할 수 없도록 하고, 북한에 입항했던 선박은 180일 이내에 화물선적을 목적으로 미국 내 항구에 입항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사실상 상대국의 모든 국제거래선을 전면 통제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조치에는 미국에 따르는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강도 제재로 북한이 도발을 멈추기 보다는 추가 핵실험 등 더욱 강력한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은 2005년 BDA 제재가 이어지자,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남측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일단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어 남측이 이같은 강력 조치에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