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18대 대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일 오전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고, 발사 1시간여 만인 오전 11시께 로켓 발사가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가 대선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은하 3호 발사는 북한이 올해 강성대국 5년이고, 곧 김정일 사망 1주기이기 때문에 주민 결속을 도모하는 측면의 '내부용'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박사는 이어 "일부 보수층, 예를 들어 강원도 접경지역에 분위기와 결속력을 도모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보수는 보수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약간의 효과는 있겠지만 전체 판세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북쪽의 변수라는 게 이전보다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약한 정도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정보력을 문제삼아 공격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그것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박 후보도 이명박 정부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비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도 "이미 이번 선거구도가 보수 대 진보로 나눠져 결집돼 선거판이 세 싸움이 됐다"며 "북한이 로켓을 쏘거나 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지자들의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이제 북한 이슈는 선거에 크게 영향이 없는 이슈다. 오히려 교육, 보육이나 복지 이슈가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이 같은 분석을 내놓는 이유는 과거 몇 차례 선거에서 북한 변수가 반드시 보수표 결집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북핵 위기가 고조됐지만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계승 입장을 밝힌 노무현 당시 후보가 당선됐고, 2010년 6·2 지방선거 때는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지만 한나라당은 안보 이슈를 부각시켰음에도 야권에 패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여야 정치권이 북한문제를 두고 이슈화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보수 결집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으로 보수 결집을 이끌기 위해 이념 논쟁으로 심화·확산시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도 "만약 박 후보나 문 후보가 북한 변수를 역이용해 '북풍'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어느 쪽도 안보 문제를 가지고 선거에 이용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참여정부 탓으로 돌렸고, 민주통합당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을 지적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북한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마저 든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북한의 첫 미사일 발사는 2006년 노무현 정권 때"라며 "참여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퍼주기와 무한지원이 미사일 발사로 이어져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이 로켓을) 4차례 발사했는데 이는 참여정부의 무한지원으로 인해 남한에서 받은 달러와 돈이 현재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북한이 대한민국 대선을 앞두고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불안을 조장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결과를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속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현 정부의 정보수집 능력을 지적하며 새누리당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발사 불과 몇 시간전까지 북한의 로켓이 해체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혀 정부의 정보파악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드러냈다"며 "로켓이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 지 몇 시간 만에 다시 완성돼 발사를 했다는 말이냐. 우리 정부의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이 총괄적으로 필요하며 담당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갑작스러운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에 놀랐고, 이명박 새누리당 정부의 안보 무능에 다시 놀라고 있다"며 "국민들은 대북 안보무능, 정보부재의 속수무책 새누리당 정권에 5년이라는 기회를 다시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