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3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과거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한 후 핵실험을 해왔던 전례 때문이다.
북한의 첫번째 핵실험은 2006년 10월 이뤄졌다. 같은해 7월 대포동 미사일과 중거리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한 지 석달여 만에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북한은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한달만인 5월 또다시 핵실험을 실시하며 '로켓발사 - 핵실험 실시' 패턴을 이어갔다.
이런 흐름에서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가 3차 핵실험의 '전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군다나 북한은 로켓을 발사한 12일 "미국은 지난 4월 위성발사때도 적대적인 과잉반응을 보여 우리로 하여금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바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을 경우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스스로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현재 진행중에 있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맞서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이미 두차례 실시한 플루토늄 방식이 아닌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미 물리적으로 언제든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며 "특히 3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이미 확인된 플루토늄 방식보다는 고농축우라늄 기술 보유를 인정받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미 2010년 11월 핵물질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을 초청해 영변 핵시설을 보여주며 1000대 이상의 원심분리기 등 HEU 시설을 공개했다. 핵무기 개발의 초점이 플루토늄이 아닌 HEU에 있음을 대외에 확인한 것이다.
대량의 핵무기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플루토늄 방식과 달리 HEU 방식의 핵실험이 성공하는 경우 국제사회에 던지는 충격의 정도는 달라진다. 우라늄이 북한에 다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량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로켓 발사에서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노릴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과 결부하면,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성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차원으로 높아진다.
유엔 안보리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예고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북한을 '벼랑끝'으로 몰고갈 정도의 실효적인 제재안이 나오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로켓 발사로 미국의 오바마 2기 행정부 입장에선 '전략적 인내'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차기 대북라인을 구축하는대로 서둘러 북미대화에 나설 여지가 커진 것이다. 그런데 안보리 결의(resolution) 등 높은 수위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미관계를 추스를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조성되기 어려워진다.
북한 입장에서도 또다시 핵실험이라는 모험을 감행하긴 쉽지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관련 당국의 관계자는 "핵실험 가능성이야 늘 열려있는 것이지만, 북한도 오바마 정부와 슬슬 협상을 시작해야 할 단계이기 때문에 당분간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을 먼저 내비친 것도 안보리 움직임을 먼저 압박하기 위한 것이지, 정말로 핵실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런식으로 먼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범철 국방연구원(KIDA) 북한연구실장도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단절하는 등 초강력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이상 북한도 핵실험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많은 제재가 이뤄진 상태인 측면도 있고, 추가적인 금융제재안의 경우 북한의 해외 자금 상당 부분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반대할 것"이라며 "북한도 이 정도의 계산을 미리 해놨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북미대화 재개에 부담이 따르는 핵실험 대신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다른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보리에서 지난 4월 의장성명보다 강한 제재안 도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북한이 이에 어떤 식으로든 반발할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핵실험 실시가 아니라면, 우라늄농축프로그램 진행 상황을 대외에 공개하는 등 핵무기 제조능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안보리 제재에 대응하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실장은 "안보리 제재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 등 한반도 지역의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