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19일 실시되는 가운데, 향후 정국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되든 어떤 식으로든 정치개혁과 쇄신 등 '새 정치'를 화두로 한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을 바탕으로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등장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상당 부분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결과 공표가 가능한 지난 12일까지 실시된 각 기관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지난달 23일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사퇴에 이은 이달 6일 민주당 문 후보에 대한 안 전 무소속 후보의 '전폭적 지원' 결정 등의 영향으로 문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새누리당 박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서도 1%포인트 미만까지 좁혀지는가 하면, 일부 조사에선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
이는 새누리당 박 후보가 보수 진영의 표심(票心) 결집을 이뤄냈듯이, 선거전 막판으로 가면서 진보 진영의 표심 또한 민주당 문 후보를 중심으로 뭉친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기존 안 전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 지원으로 옮겨간 데 따른 '효과'란 분석 또한 적지 않다.
새누리당이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부동층으로 돌아섰던 기존 안 전 후보 지지층을 흡수키 위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총력을 기울였던 것 역시 이 같은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때문에 박 후보와 문 후보 가운데 어느 진영에서 집권하든 구태정치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강력한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승패에 따른 각 후보자와 소속 진영의 향후 행보는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이번 대선 결과가 새누리당 박 후보의 승리, 즉 민주당 문 후보의 패배로 귀결될 경우 민주당은 거센 쇄신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4·11총선 때 '야권연대'를 했던 통합진보당, 이번 대선에서 '국민연대'를 함께 꾸렸던 진보정의당 등 소위 진보 정당과의 관계 정립 문제도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문 후보를 필두로 이번 대선을 통해 '화려한 부활'을 꿈꿨던 당내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크게 위축되면서 비노(非盧·비노무현) 세력과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내 친노 세력은 지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잇달아 패한 뒤엔 스스로 '폐족(廢族)'을 자처했으나, 올 4·11총선과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는 당내 주류로 재부상했다.
따라서 문 후보가 대선에서 패할 경우 구(舊)민주계와 김근태(GT)계, 시민사회계 등 비주류 측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친노 세력과 갈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문 후보가 선거에서 패할 경우 '분당(分黨)'은 물론, 진보 진영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안 전 후보가 독자 행보를 택한다면 친노를 제외한 상당수 인사들을 흡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후보와 문 후보가 득표율 면에서 비등한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대선 패배시 일부 비노 세력의 이탈이 있을 순 있어도 민주당이 완전히 와해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문 후보는 선거 패배시 일정 기간 휴식기를 가진 뒤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매진하면서 훗날을 기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박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과 함께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것과 달리, 문 후보는 부산 사상 지역구 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박 후보 승리시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 의석(154석)의 거대 여당으로 국정 장악력을 확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이번 대선 결과가 민주당 문 후보의 승리, 즉 새누리당 박 후보의 패배로 끝날 경우 새누리당 역시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경우 황우여 대표 등 현 지도부 사퇴를 시작으로 지난 8월 박 후보가 대선후보로 지명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였던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대(對) 비박(非朴·비박근혜)계'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지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포스트 박근혜'를 준비하지 못한 친박 주류 측에선 "극도의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다수 당"이라며 "쉽게 당이 깨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박 후보가 이기든 지든 그 '후계자'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차차기 후보군'의 전면 등장이 빨라질 것"이라면서 "이 경우 당권 경쟁과 오는 2014년 지방선거 국면까지 맞물리면서 여권발(發) 정계개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대통령 당선자와의 2위 득표자 간의 표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경우 어느 쪽이 야당이 되든 사사건건 집권 세력과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명목상으론 당선자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래 최초의 '과반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나, 선거과정에서 이른바 보수·진보 양 진영 간의 대립 전선(戰線) 또한 확연히 드러난 만큼 "당선자의 의지를 반영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담보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와 문 후보가 각각 통합, 화합 등을 강조하며 '국가지도자 연석회의'와 '거국내각' 등의 구상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운영에 대한 여야 간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장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12월 임시국회에서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문제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민주당이 선거과정에서 제기한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이나, 새누리당이 대야(對野) 공세의 초점으로 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 등이 선거 이후에도 재차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 승패도 중요하지만, 그 차이가 얼마냐에 따라 대선 후 정국 지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