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공식선거전이 18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혀온 부산·경남(PK)과 충청, 수도권에서 22일간 불꽃 튀는 유세대결을 펼쳐왔다.
우선 이번 대선은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여권의 범보수대연합과 문 후보를 축으로 뭉친 범야권 진보연대가 충돌한 사상 첫 보·혁(保革) 양자대결로 치러졌다.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힘입어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철수 전 후보가 야권후보단일화 과정 속에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고 이후 진보,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며 사퇴했다.
끝으로 16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사퇴하면서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됐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이후 역대 대선에서 보혁간 1대 1 대결구도로 치러지는 첫 대선이 된 것이다.
정치권은 지지율 1% 안팎을 기록한 이 후보의 사퇴가 초박빙 접전양상인 막판 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은 보수 대연합을 완성했다.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가세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박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을 때 보수진영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이회창 전 대표가 후보로 나서며 표를 분산시켰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새정치'가 최대이슈가 되기도 했다.
민주화, 기득권·지역주의 타파, 경제성장 등이 주요 이슈가 됐던 이전 대선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안 전 후보는 무소속으로 40%가 넘는 지지율을 얻으며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여망에 힘입어 박 후보와 1~2위를 다퉜고, 때문에 문 후보는 정당쇄신과 정치쇄신을 약속하며 안 전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해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정수축소 문제, 중앙당 축소, 국민에게 정당공천권의 반환 등이 화두가 됐고 새누리당까지 정치쇄신경쟁에 뛰어들면서 저마다 강도높은 정치개혁안들이 도출됐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747공약, 한반도 대운하, 대륙철도 처럼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초대형 공약들이 나오면서 이런 어젠다를 두고 여야가 다투던 모습은 사라지고 '참여정부 실패'론 VS '이명박 정부 실패'론 등 네 탓 공방으로 전개되면서 다소 밋밋한 선거전으로 흘렀다.
대선 후보간 TV토론회도 지난 4일, 10일, 16일 등 단 3차례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이정희 전 후보가 낀 3자 토론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여야 유력후보간 맞대결보다 박 후보를 겨냥한 이 전 후보의 공세가 주요 관전포인트가 됐다.
또 3차 토론회는 박 후보와 문 후보간 양자토론이었지만 1차 때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시청률 합계가 34.9%, 2차 때 34.7%였던 것에 비해 3차때는 26.6% 밖에 나오지 않아 그만큼 토론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있음을 나타냈다.
여야 정책에 차별성이 없는 것도 대선을 밋밋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여야 모두 큰 틀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치쇄신을 내세우면서 양측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만큼 유권자들에 대한 흡인력이 약했다는 의미다.
1997년 15대 대선을 흔들어놨던 총풍(銃風), 2002년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노풍(盧풍·노무현풍)과 같은 바람도 불지 않았다.
더욱이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정치쇄신 뿐만 아니라 대선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아지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15~20%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야는 선거막판 상대방을 흡집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과거에는 거액의 비자금 의혹, 병역 비리, BBK 의혹 등 대형 네거티브가 대선판을 뒤흔들었다면 이번에는 허위 사실이나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판을 쳤다.
민주당 측은 새누리당의 오피스텔 불법선거사무실 운영 의혹,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 등을 선거막판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갔고 새누리당 측은 종북세력과 연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발언 의혹 등을 거듭 부각시키며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또 문 후보가 민주화세력, 미래세력, 진보진영, 합리적 보수와 함께 대통합정부를 꾸리겠다고 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권력나눠먹기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박 후보를 두고 이명박근혜 정권의 연장, 불통정부의 재집권이라고 비난했다.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전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자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네거티브를 하지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아 흑색선전, 진흙탕공방으로 막을 내린 과거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