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됨에 따라, 향후 한반도 지역 정세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당분간 미국과 함께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5년간 소원해진 한·중관계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우선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했다. 미국과 더불어 향후 아시아 지역 패권다툼의 또다른 축인 중국도 이미 시진핑(習近平) 체제를 출범시켰다. 러시아는 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대통령으로 복귀했으며, 일본에선 '강한 일본'을 내세운 '극우파' 아베 신조( 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5년여만에 다시 총리 자리로 돌아왔다. 여기에 김정은이라는 새로운 북한 지도자가 탄생한 것까지 동북아 지역은 대변혁기를 겪고 있다. 결국 박 당선인은 동북아 권력구조가 재편되는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대외정책을 새로 수립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비교적 긍정적인 대외 환경 속에서 출범했다. 당시 미국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전환을 꾀하며 6자회담 재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북한도 이에 어느정도 호응해오는 상황이었다. 일본 역시 노다 요시히코 정권이 한일관계에 유연한 입장으로 접근해왔으며, 적대적이었던 중국과 대만간 관계가 좁혀지며 양안 문제도 안정화 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역대 최상의 한미관계를 구축했다고 자평할 만큼 한미동맹 강화에 '올인'하다시피 한 반면 중국과의 소통에는 부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에 발이 묶여 남북관계 경색을 풀 계기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대일관계에서도 한일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 논의를 지속해오는 등 비교적 무난한 관계를 이어오다 지난 8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 간 고위급 셔틀 외교까지 중단된 상태다. 박 당선인이 당면한 대외적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다. 대미외교의 경우 박 당선인 역시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한 한반도 외교를 강조해오고 있어 큰틀에서 비슷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 역학 관계에서 강화돼온 한·미·일 3각 동맹의 틀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한반도 균형외교'의 관점에서 미국의 견제세력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거리를 되도록 좁혀야 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면, 박근혜 정부의 운신 폭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대북문제에서 박 후보 역시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책임있는 자세가 먼저' 라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차기정부로서는 북한문제를 두고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가느냐가 시급한 외교적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중국이 계속해서 한반도 지역의 지정학적 이익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본다면, 한반도 문제에서도 미국과의 지분 경쟁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차기 정부는 이 부분을 어떻게 중간에서 조율해 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북한문제에 묶여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단 우세하다. 최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지난 4월에 이어 8개월여 만에 또다시 발사, 이에 대한 한미 간 제재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전에 이뤄지겠지만, 그 여운은 남아 있을 것"이라며 "박근혜 신임 정부 입장에선 정권 초반에 북한 문제에서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 교수는 "미국도 어쨌든 현재로서는 북한에 제재 압박을 더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미국과 공조해 대북 압박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한반도 긴장 격화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국들은 사태를 확대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며 사실상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한중관계도 다소 소원한 분위기를 이어갈 공산이 큰 것이다. 일본정치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복귀한 아베 정부 역시 우리 차기 정부의 난관이다. 자위대의 정식 군대 전환과 독도·군대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어느때보다 한일 간 갈등의 파고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물리는 내년 2월 일본 정부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제정을 검토하고 있어, 임기 시작부터 마찰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와 독도 등 영토갈등이 불거지던 상황에서 한중 간 '암묵적인 공조체제'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바 있다. 때문에 향후 일본의 극우적 대외정책에 대해 중국과 연대해 대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획일적인 한미동맹 강화 노선보다 각 난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각적인 외교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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