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인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있는 풍류가 국악인들을 통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기본적인 국악 공연형식에 연극적 형식을 가미해 삼국유사와 관련한 주제가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2012 경주 송년국악한마당’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귀엽고 선한 한국형 도깨비를 등장시켜 딱딱한 전통이 아닌 친숙한 놀이와 음악으로 관객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 경주만의 독특한 공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덕화, 정순임, 주영희, 김영리 등 무형문화재를 비롯해 지역의 대표 국악 단체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악인들은 화합을, 시민들에게는 연말 따뜻한 공연관람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본지는 정원기 지부장을 만나 행사 안내와 국악을 통해 보는 오늘의 경주에 대해 들어본다.
동국대동창회와 경주JC특우회, 불국사청년회의 후원으로 경로당 어르신들 초청 관람
◆ 국악한마당을 준비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이번 공연은 지난해 국악협회 지부장을 맡을 당시 재)경주문화재단의 제안으로 시작됐습니다. 경주 국악인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공연을 해보자는, 그래서 지난해 첫 공연을 예술의전당에서 1,100석이 매진될 정도로 성황리에 끝냈고, 뒤를 이어 올해 5월 공연과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국악인들이 한 달 전부터 생업을 피해 연습하고 있으며 갈수록 호흡도 척척 맞아 준비가 순조롭습니다. 이번 한마당은 경주시와 경주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지역 국악인들의 화합한마당이자 시민들에게 경주 국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동국대동창회와 경주JC특우회에서 후원하고, 불국사 청년회와 연계해 불국사 경로당의 어르신들을 초청하는 등 문화권에 소외된 어른들을 직접 버스로 모셔와 공연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아울러 매년 공연 때마다 외곽 지역의 어른들을 초청할 계획입니다.
삼국유사의 각색없는 스토리텔링 '도깨비방망이 두들기듯'
◆ 국악한마당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번 공연은 지역을 대표하는 10개단체가 참가해 도깨비를 소재로 신라 삼국유사의 내용을 각색 없이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제목이 ‘도깨비 방망이 두들기듯’ 처럼 관객들이 새해에 복 많이 받고 부자가 되라는 의미입니다. 등장하는 도깨비의 얼굴은 너무나 귀엽고 동그란 눈을 통해 집안에 들어오는 잡귀를 쫒아버리고 사람들 속에 함께하는 사람을 위한 친숙한 도깨비입니다. 공연을 볼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마지막 ‘에피소드9 귀교를 건설하다’부분입니다. 도깨비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장면에서 가장 신명나고 가장 많은 출연진들이 등장해 감동적인 장면이 될 것입니다.
50년 역사속에 11개 단체와 70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
◆ 경주 국악협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한국국악협회 경주지부는 1962년에 창립됐습니다. 보문 야외상설국악공연을 비롯해 신라문화제와 최근 대한민국국악제 등 각종 국악행사를 개최했고, 현재 11개 단체 70명의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효국악한마당과 대한민국국악예술제 등 전국단위 대규모 행사가져
◆ 지난 한 해 동안 대표적인 활동은요
5월에 가정의 달 孝국악한마당 공연을 봉황대 상설무대에서 가지며 국악인들이 대거 화합된 무대를 선보였고, 경주예총예술제와 서라벌 전국학생민속 무용경연대회, 경주세계피리축제 만파식적 겨루기, 10월에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열린 제 14회 경북국악인의 한마당, 제 40회 신라문화제 길놀이 공연으로 일천명의 풍물단이 참가, 이어 제 31회 대한민국국악제가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렸습니다.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컨텐츠는 꼭 필요
◆ 경주문화발전을 위해 조언을 하신다면
다소 민감한 부분이긴 하지만 언급하자면, 최근 경주시의 문화와 관련된 예산이 전면적으로 삭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살릴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서민들 대부분이 팍팍한 살림살이겠지만 문화예술인들이 그다지 윤택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 국악의 발상지격인 경주시에서 제반여건이 된다면 시립국악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화는 또 다른 산업의 컨텐츠로서 경주만큼 많은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곳은 드물 것입니다. 경주의 유형문화재마다 지니고 있는 설화를 토대로 조상들이 이미 보여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면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악계에서도 독특한 경주만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찬란했던 옛 신라인의 수준높은 국악문화는 사라지고
◆ 국내에서 경주 국악의 위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전라도는 소리의 고장인데 마치 국악의 고장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사실 찬란했던 신라의 문화예술이 오늘에 와서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로서 우륵이 당시 신라인에게 12곡을 전수했는데 신라인들이 5곡으로 수정한 역사적 사실 등으로 미뤄 보면 신라인들의 음악수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12줄의 가야금보다 먼저 나온 것이 서라벌에도 있었습니다. 신라역사 속 수준 높은 국악문화가 오늘날 의미가 없어진 것이지요. 수도가 옮겨지면서 유교의 종묘제례악처럼 있었을 향교의 제례악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공감하고 신명나는 공연문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국악인들의 역할에 대해 평소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예술인들의 특징이 어떤 경지에 오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하면서 ‘된다’라는 생각보다는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은 힘들어도 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느리게 변화해도 달라지고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지역 국악인들이 노력하고 인프라가 구축되면 많은 이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유명 가수들이 내려와 공연하면 표를 구하기가 어렵듯이 지난해 국악인들의 한마당에서 매진됐던 것처럼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최선을 다해 임한다면 공감하고 신명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품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국악인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 개인적인 비젼과 철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경주에서 명품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게 바램입니다. ‘신라’의 이야기를 만들어 타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도 볼 수도 없는 공연, 지역 선후배들이 함께 준비해 문화유산이 전해지듯 지속될 수 있는 공연. 1978년에 사물놀이가 만들어졌으나 40년이 다돼 가는 지금, 이어지는 대표국악이 없습니다.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열정을 갖고 도전할 계획입니다. 또 올해를 기반으로 내년에는 더욱더 국악인들이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장구잽이입니다. 악기는 비어있을 때 가치있는 소리가 납니다. 그것처럼 채움보다는 비움의 미학을 악기를 통해 터득했고 제 삶속에 늘 함께 하는 소중한 가치가 될 것입니다.
정원기 지부장은 1973년생으로 황성초, 문화중,고에 이어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한 경주인이다. 현재 동대학원 한국음악과 석사과정에 있으며, 전통예술원 두두리 단장을 역임, (사)한국국악협회 경주지부장을 맡아 경주국악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이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