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계사년(癸巳年) 새해 당면한 최대 과제는 바로 '인사(人事)'다.
당장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분과별 인수위원 등 추가 인선 문제가 남아 있는데다, 박 당선인이 내달 25일 취임 후 곧바로 새 내각을 가동하려면 이달 말을 전후해서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회 인사 청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새 정부 청와대에서 박 당선인을 보좌할 참모진 구성도 필요하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해양수산부 부활과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의 정부조직 개편을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조각(組閣) 준비 작업과 함께 이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대통령 취임식까지 남은 50여일 동안 "박 당선인이 인사 문제에만 신경 쓰기에도 빠듯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일 새누리당 등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이르면 오는 4일 인수위를 정식 출범시킨다는 방침 아래 인수위원 등의 후속 인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각 부처와 새누리당에선 이미 인수위에 파견될 전문위원 등의 실무진 인선을 마무리 짓고 그 결과를 개별 통보했으며, 일부 인원은 사전 준비를 위해 이날부터 인수위 사무실이 입주할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박 당선인의 인수위 구성이 '섀도 캐비닛(예비내각)' 성격을 띨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출범시기가 이전 당선인 때보다 늦어지면서 "현재는 정부 각 부처 현안 파악과 새 정부 국정과제 마련, 그리고 취임식 준비 등 순수하게 정권 인수에 초점을 맞춘 실무형 인사들이 배치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박 당선인 측은 인수위 인사의 경우 '전문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하되, 공무원 임용에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는 배제한다'는 기본원칙만 갖고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원의 내각 기용을 염두에 두고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사유가 됐던 병역 기피나 탈세, 위장전입, 재산 형성 과정의 부적절성, 학위 논문 표절 여부 등까지 '검증'하기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당 고위 관계자도 "일부 인수위 인사들이 추후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으로 발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박 당선인이 정부직 기용을 전제로 인수위원 인선 작업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의 새 정부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인선은 인수위 인선과는 시간차를 두고 '투 트랙(two-track)'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박 당선인 측에선 인수위 인선과는 별개로 차기 정부 장·차관 및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후보군에 대한 명단을 작성, 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이들에 대한 '사전 검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인수위 참여 인사들의 도덕성·자질 시비 때문에 인수위원들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지만, 만일 새 정부 내각이나 청와대에 흠결이 있는 인사가 들어간다면 더 큰 문제 아니냐"며 "그런 차원에서 지난 5년 간 청와대가 축적한 인사 파일 등을 토대로 1차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경우 첫 조각 때부터 '강부자'(강남 부자)·'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내각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는 등 인사 잡음에 시달렸었다.
그러나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현 정부에서 인선을 검토했던 사람을 새 정부에 기용코자 한다면 청와대 인사 파일이 도움이 되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시간에 쫓기다 보면 공적 라인보다는 '비선(?線)'에서 챙긴 사람들을 위주로 인사를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새 정부 초기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에는 인사 검증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관료나 정치인 출신 등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덜한 인사들을 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 경우 박 당선인이 누차 강조해온 '대탕평' 인사 원칙에 따라 야권 출신 인사의 새 정부 기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일각에선 박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들어 "사전 준비 차원에서 장관 후보군에 대한 검증 작업은 진행하되, 실제 인선은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뒤 박 당선인과 새 총리 간 협의를 거쳐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