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패배 이후 민주통합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새판짜기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안철수 신당론'이 본격 점화될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여망은 지난 대선기간 화두가 됐고, 대선이 끝난 뒤에도 정치권은 '안철수 신당' 출현 여부에 적잖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세력이 일정부분 흩어지지 않고 나름의 연대감을 가지며 제 3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이 현실화할 경우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도 일정부분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범야권의 새판짜기 논의 속에 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선택의 기로에 처하게 되고, 새누리당은 새롭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지형 속에서 향후 유권자들의 표심 공략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대 진보의 싸움에서 진보가 승리하기 어려운 정치 환경이 형성됐다는 게 지난 대선에서 입증된 만큼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향후 이념지형이 보수 대 리버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각은 보수 대 진보의 진영구도에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이 이같은 구도에서 다소 바뀐 보수 대 자유주의라는 이념적 지형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말이다.
실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열린 당 시무식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안철수 현상'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민주주의를 하고 국회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우리 정당이 어떻게 큰 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 전 후보 측과 가까운 인사들은 연일 '안철수 신당' 출현 가능성과 야권재편 과정에서의 '안철수 역할론'을 언급하며 안철수의 존재감을 통해 정치권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전 후보와 단일화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3일 라디오방송에 출연, '안철수 신당' 창당론 등 야권의 재편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정에만 몰두하기에도 버겁다"면서도 "다만 옆에서 힘이 되는 일이라면 시장 업무에 충돌되지 않으면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야권 재편에 힘을 보탤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우리나라의 양대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안 전 후보에 대해서 (유권자) 30%정도가 지지를 한 것은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앞서 안 전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은 민주당의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안 전 후보로 단일화 했으면 이기고도 남았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로의 단일화는 실책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전 후보의 민주당 입당과 신당 창당 등 향후 행보에 대해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해 신당 창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진보진영 석학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2일 경향신문과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한국 정치는 양당 구조가 기본 틀인데 이게 잘못 돌아가면 일종의 담합구조가 된다. 제3의 정당이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안 전 후보가 한국 정치사에 기여하려면 제3의 정당을 만들어 성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그가 제3의 정당을 만들지, 민주당으로 들어가 개혁의 중심 역할을 할 지는 모르겠다"며 "민주당에 들어가 개혁하는 것을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지 않는다. 민주당의 개혁을 위해서도 외생적 정당의 충격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 필요성에 거듭 무게를 실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안철수 신당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전 후보 측으로 야권후보단일화 룰 협상에 참여했던 김기식 의원은 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향후 안 전 후보와 민주당의 관계설정 문제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단일화 정신에 따라 안 전 후보 측과 함께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은 그런 문제에 빠져 들어가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 안 전 후보 측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현재의 민주당으로 다른 세력과 무언가를 도모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라고 경계했다.
4선의 이낙연 의원은 "제3세력이 우리 사회에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안 전 후보로 상징되는 제 3세력이 거부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민주당을 혁신해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과 제3세력이 함께 갈 수 없다면 결국 역사상 처음으로 명실상부한 다당제가 등장할 것이고, 그건 민주당이 굉장히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처럼 안철수 신당론이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선패배 후 당 정비작업에 들어간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문제 등을 두고 애로를 겪으면서 대안정당으로서 안철수 신당의 출현이 더욱 빨라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