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 19대 국회가 만만찮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3일 각각 자성 목소리를 내며 비판여론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를 통해 "지역예산 책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제시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 연금 예산과 관련, "민주당은 국회의원연금폐지법안을 발의해 아직 상임위에서 논의중"이라며 "폐기가 확정되면 해당예산은 집행되지 않게 된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새누리당 역시 '쪽지예산'의 방지를 위해 예산결산특위 산하 계수조정소위의 증액심사 과정을 투명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년 11월 중순 이후 뒤늦게 시작되는 예산심사에 대해 예산결산특위의 상설화도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정치 쇄신에 대해서 당에서 특위를 구성해 일을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을 말씀드린다"며 당 차원 뿐 아니라 야당에도 '특권 포기'를 골자로 한 정치쇄신특위 구성을 제안할 방침을 밝혔다.
앞서 국회는 당초 '불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을 삭감한다'는 원칙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해(23조1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이 늘어난 24조3000억원의 SOC예산을 새해 예산안에 책정했다.
이는 이른바 '쪽지예산'으로 대표되는 각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로 인한 결과라는 지적이 일며 비난이 일었다. 특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통합당 전 원내대표 등의 지역구 예산이 크게 늘며 여야 주요 인사들에 대한 '특혜'시비가 일었다.
아울러 여야의 막판 예산안 조율 과정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이 여의도 렉싱턴 호텔 등에서 비공개로 '밀실 회의'를 진행할 당시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부탁하는 '쪽지'가 쇄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단 하루만 국회의원직을 유지해도 지급되는 전직 의원에 대한 헌정회의 의원 연금도 새해 예산에 그대로 배정돼 논란이 일었다. 여야는 그간 의원 연금 폐지 및 축소를 약속했으나 새해 예산안엔 지난 해와 동일한 액수인 128억2600만원이 헌정회 예산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이러한 여야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새해 예산안의 '졸속 처리'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 예결위 소속 의원 9명이 지난 1일 예산안 통과 직후 '예산시스템 점검'의 명목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해외출장을 떠난 사실이 확인되며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진 예산 시스템'을 보러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갔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같은 출장을 매년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만큼은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