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 복지국가로 한 걸음씩 전진할 때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봉사와 배려의 문화가 확산될 때 고통 받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시민들은 행복해 질 것이다. 자발적 봉사를 통해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경주시 종합자원봉사센터가 지난해 행안부와 경북도의 최우수 센터로 선정됐다. 경주는 대내외적 행사가 잦아 관계기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봉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의미 있는 행사라 할지라도 진행이 어렵게 된다. 아동들의 학습 지도를 비롯해 중증`지체장애인, 노인, 행사장 등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곳곳에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희근 소장을 만나 자원봉사를 통한 행복한 도시‘경주만들기’에 관해 들어본다.
◆지난 2년 임기동안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처음 경주에서 활동하다 접고 울산광역시 사무국장으로 옮겨 갔을 때, 일을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후원을 받아내고 각 지역 기초센터에 예산을 배정해 직원들을 지원하고 활성화 시켰습니다. 그런 가운데 경주를 바라보면 늘 안타까운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고, 다시 경주센터로 오게 되면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소통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온 것입니다. 노력의 결과로 2년 연속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우수센터, 경상북도의 최우수 센터가 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중증장애인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영화를 보거나 강에 가서 레프팅을 하고 남산 등반을 하면서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청소년들과 장애우들이 함께 1박2일 캠프를 하고, 15개 주부 봉사단체의 활동은 경주시를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시범마을 사업’으로 안강과 건천읍에서 청년단체가 주최하는 경로잔치에 돋보기 200여개가 한 시간 만에 동이 나고 수지침, 뜸, 식사, 목욕 등을 제공해 어르신들이 즐거워 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계획이 있으시다면...
봉사와 관련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단체와 지역사회 리더가 성장하고 봉사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그리고 각 마을 단위마다 문제점을 스스로 찾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기준과 프로젝트 선정 등 어려움이 있다면...
그다지 힘든 일은 없으나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 봉사의 잣대를 어디다 둘 것인가 입니다. 지역사회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주는 것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고 실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로서 읍면단위 지역은 아직도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지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지를 모르는 곳도 많습니다. 아직 섣부른 얘기일지 모르나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각 마을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예산을 적절하게 지원하고 각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방법이지요. 사실 자원봉사 영역에서 ‘읍면단위 시골마을에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존 업무가운데 줄일 것과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것 등을 구분하고, 추가로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센터가 지난 연말에 법인 등록을 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인지요?
지난 연말 사단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자원봉사센터가 당초에 민간위탁으로 정해져 있어 지난 2005년부터 YWCA가 위탁해 왔는데 조례에 의하면 2년마다 갱신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단기적, 수치적 성과에 매달렸고, 문제 해결과 조직을 어떻게 하면 안정화시킬 것인가 고민하던 중에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사단법인이 되면 위탁계약을 하지 않고 활동을 지속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센터의 방향설정 및 활동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결국 사단법인으로의 전환은 센터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인 등록 후 재임하게 된 소장님의 위상과 역할에 변화가 있는지요?
법인체가 되어 조직은 안정화 되는 반면 실지로 소장은 임기를 2년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최근에 소장 모집 공고를 내고 공개 채용 방식으로 접수를 받았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추가 접수자가 없어 2년 재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업무면에서는 사실상 경주시로부터 약간의 예산이 지원되다 보니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있으나 경주의 경우는 자율성이 많이 주어진 편입니다. 소장의 위치에서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봉사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경주시의 자원봉사는 어느 정도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전국에서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지역에서도 자원봉사센터에 대한 인지도가 무척 높아졌다고 보며,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상호 협력하는 체제로 가고 있습니다. 즉 복지관련 자원봉사 요청이 들어오면 영리가 아닌 공식적 요청은 거의 응답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시기가 임박해서 급하게 신청을 하는 경우는 거부하게 해달라는 직원들의 요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센터는 뭐든지 다 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향후 봉사자들에게는 더 많은 동기부여와 각자의 능력에 적합한 활동을 제시해 양질의 봉사자가 행사장에서 물을 나눠 주는 수준의 활동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덕분에 우리 봉사자들은 전국 ‘냉커피만들기’ 대회 같은 것이 있다면 단연코 1등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경주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요?
‘Great GyeongJu 자원봉사가 만들어 갑니다’ 경주가 전국에서 최고의 부자도시가 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체와 대형마트가 들어서도 다소 편리해지고 부유한 이들이 늘어나겠지만 서민들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입니다. 반면 이웃끼리 서로 화목한 웃음을 나눌 수 있고, 힘겨울 때 도울 수 있으면 시민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주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행복한 도시, 힐링도시가 되면 많은 이들이 옮겨 올 것입니다. 경주의 많은 문화재를 시민들은 귀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문화재를 복원하고 재생해도 시민들이 행복해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꿈꾸고 있는 비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만약 중요한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토목공사 등의 많은 예산을 주민들을 위해 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 복지국가로 향해 가는 시점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야 하고, 지역사회가 좀 더 건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임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믿으며, 제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희근 소장은 1966년생으로 서면 아화리 출신이다. 아화초, 대구 오성중, 덕원고를 졸업, 대구대학교 지역사회개발학과와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신경주JC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역아동센터 경주시, 경북도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이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