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공세를 멈추지 않는 반면 박근혜 당선인에는 연일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을 통해 차기 정부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6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나를 강경파로 만들었다', '북에 돈을 주고 평화를 사는 것은 안된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천영우 놈이 언론에 나서서 이명박 역도의 대결정책을 합리화하는 궤변을 늘어놓는 망동을 부렸다"며 천 수석을 겨냥했다. 조평통은 또 천 수석에 대해 "사대매국노인 이명박 역도의 눈에 들어 청와대에 들어가 동족대결의 일선에서 날뛰고 있는 악질분자, 백해무익한 폐물"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천 수석은 현 정부 안보 분야 핵심 참모에 해당한다. 북한은 이러한 천 수석이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을 북한에 돌린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논평에서도 이 대통령의 최근 북방한계선(NLL) 사수 발언과 김관진 국방장관의 '북한의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 가능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발언 등에 대해 "역적패당의 대결광란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동족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는 자들은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남측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은 대선을 기점으로 잠시 누그러지는 듯 했다. 대선 전까지 이어져오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대한 비난도 동시에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차기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현 정권에 대해선 비난을 이어가는 반면, 박 당선인 측에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것은 양자 사이에 분명한 선긋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민족 최대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있었던 모란봉악단 공연에는 주로 남북통일을 주제로한 노래들이 공연됐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각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손을 잡은 사진이 등장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7일 "북한이 직접적으로 박근혜 당선인을 거론하고 있진 않지만, 전 정권들과는 달리 이명박 정권이 대북정책에서 실패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현 정부가 했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차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사이의 성패를 분명히 구분하면서 차기 정부에 분명한 '선택'을 촉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박 당선인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기에 남북관계 개선책을 내놓을지는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당선인 측 통일안보 분야 참모진은 5·24 대북 제재조치 등 남북관계 악화를 수반해온 주요 변수들에 대해 어떻게든 해제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도 천안함 폭침사건 등에 대한 북한의 성의있는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겸 북한연구학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절차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지만,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어떻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또 "차기 정부가 북한에 유화적으로 다가갈 경우 북한이 이를 역이용하는 경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 정서적인 부분과 북한의 동향을 잘 파악해 가면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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