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민주통합당을 호되게 질타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범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주문은 비록 대선에서 패배했다고는 하지만 국민 48%의 지지를 받은 정당인만큼, 처절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빨리 혼란에서 벗어나 제 1야당으로서 역할을 다하라데 모아진다. 아직까지 민주당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특히 선거패배 이후 당내에 흐르고 있는 두 가지 기류에 대해 우려를 보이면서 "단합해도 모자랄 판에 네 탓 공방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민주당의 상임고문을 지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7일 YTN라디오 방송에 출연, "민주당을 지금 가만히 살펴보면 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느냐를 놓고 이른바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가 서로 당신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될 것 아니냐, 아니다 우리는 그래도 48%의 지지를 받았다고 하며 내부 진통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그러나) 내부진통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꼭 필요한 것"이라며 "국정파트너로도 필요하고 또 견제와 균형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래서 빨리 혼란이 수습되는 것이 국민적인 입장에서도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패배했고, 다른 정당보다도 먼저 혁신과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변화와 혁신)그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8%는 (민주당을)지지 했으니까 그 지지하신 분들의 소망은 또 무엇인지 하는 것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말하지만 정작 누구하나 나서지 않는 민주당 현실에 대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쇄신을 바라는 의원모임 소속인 황주홍 의원은 "이길 수 있었던 선거, 질 수 없었던 선거를 진 것이라고 얘기는 하면서 대선패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데 아무도 그러려는 사람이 없다"며 "현재 당내에서는 더 책임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측과 모두가 다 잘못한 것이지 왜 우리만 잘못한 것이냐라고 하는 미묘한 대치가 형성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당내 비주류 좌장격인 김한길 의원도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대선패배로)민주당의 일선에 선 사람들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 됐다"며 "친노니, 비노니 하고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우리 모두에게 처절한 반성과 맨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는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요즈음도 5년 전(2007년 대선패배 때)과 똑같이 민주당에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질타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 모두가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에 문재인 전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명진 스님도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희망 없는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적으로 비판 받을 날이 다가온다"며 "정신 차려라 이놈들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이 끝난 지 20일 가까이 되어가지만 변변한 의원연찬회 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도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초선인 김경협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되도록 12월 31일 전에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고 대선평가위원회를 꾸려 의원워크숍을 열었어야 하는데 벌써 20일가까이 그 작업이 늦어져 버렸다"며 "하도 답답하다보니 초선의원들끼리 모여 대선평가를 하는 등 단위별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은 "저희가 지난 4·11총선에서도 제 1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가 참패했고, 그 때와 같은 경로를 밟으며 대선에서도 패배했다. 민주당은 심각한 중증을 앓고 있다"며 "이 문제를 도려내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패배 원인을 구명하기 위한 노력과 치열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최근 "지난 4.11총선에서 국민은 거대여당을 엄정하게 심판하고자 했으나 야당의 자충수로 여당에게 과반수 승리를 헌상한 과오가 뼈아픈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그 점에서 민주당은 깊은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기전당대회 개최론이 불거지면서 비대위가 당 혁신과제 수행보다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대 준비 역할을 하는데 무게가 실리고 대선평가 작업 또한 산하에 대선평가위원회가 맡기로 하면서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장 인선이 늦어지고 그나마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역할마저 관리형에 무게가 실리면서 전대 개최시기가 빨라졌다는 것 말고 비대위 출범에 이렇다하게 의미부여할 꺼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비대위원장 인선에 막바지 힘을 쏟고 있는 박기춘 원내대표는 7일 원내현안대책회의에서 "대선이 끝난 지금 변화의 폭풍이 더 세게 불고 있다. 변화하고자 하면 바람을 타고 분명히 상승할 것이지만, 회피하려고 하면 바람에 휩쓸려 나락에 떨어지고 침몰할 것"이라며 흔들리고 있는 민주당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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