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업무보고 순서가 공개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중소기업 중심'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또 지난 4월 총선때부터 불붙은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보다 '중소기업 살리기'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9일 인수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과 보건복지부가 11일 경제분과 중 처음으로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한다.
지식경제부의 산하 외청인 중소기업청이 첫 업무보고처로 선정된 것은 박 당선인의 '친 중소기업'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업무 보고는 당선인의 국정 운영 철학과 방향 그런 부분을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 중소기업은 그간 박 당선인의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당선 이후 첫 행선지로 중소기업계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 프렌들리(친화)'를 강조하며 재계 총수들을 처음 만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박 당선인은 재계 총수를 만나기 앞서 중소기업 대표와 소상공인 대표들을 만나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바로 잡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도 '중소기업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재계측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을 만나서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지금처럼 성장하기까지는 국민의 뒷받침과 희생 그리고 국가 지원이 있었다"며 "우리 대기업은 국민 기업의 성격도 크기때문에 경영 목표가 회사의 이윤 극대화에 머물면 안되고 공동체 전체와의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행보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도 이어졌다.
박 당선인은 9일 대한상의를 방문해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불공정, 불균형, 불합리 등 '3불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친 중소기업 정책이 전경련·대한상의 방문 및 업무보고 순서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중기청에 이어 국세청(12일)이 업무보고의 다음 타자인 것도 눈길을 끈다. 통상 기획재정부가 국세청보다 업무보고가 빨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국세청 다음인 13일에 업무보고를 실시한다.
이는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 재원 마련과 맞닿아 있다. 박 당선인은 연간 27조원, 5년간 총 134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직접 증세 없이 탈세 방지와 세출 구조 개편 등을 통해 마련하는 등 세정 정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해졌다. 세제 관련 파견 공무원이 기재부 세제실이 아닌 국세청에서 모두 선정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이 방법 중 하나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국세청이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손볼 계획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 당선인의 경제 스승격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8월 이 같은 내용의 FIU 법안을 발의했다. 국세청은 FIU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간 5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재벌개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는 5일째인 15일에 실시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인수위 역시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보다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안전과 함께 '경제부흥'을 국정 운영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단어는 쏙 빠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