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후폭풍에서 당을 구할 구원투수로 선택한 사람은 '깜짝 카드' 문희상 의원이었다. 민주통합당은 9일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5선의 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합의 추대했다. 이날 문 의원은 박기춘 원내대표가 "최다선이고 당내 여러분들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는 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에 동의를 구한다"고 밝히기까지 문희상 카드는 거의 회자되지 않았었다. 문 의원은 "자다가 홍두깨를 맞은 격"이라며 잠시 고민을 하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만큼 민주당의 비대위원장 추대과정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민주당이 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합의 추대하기까지의 과정은 우여곡절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박 원내대표가 당내 상임고문단과 전직 원내대표단, 시도당 위원장단 등으로 부터 비대위원장 추천 권한을 위임받았으나 추대직전까지 계파 갈등, 주류와 비주류 간 이견 등으로 경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특히 재선 의원들은 전날 박 원내대표과의 회동에서 경선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일부 초·재선 의원 그룹 등이 박영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며 경선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가 있는 이날까지 극심한 혼란을 겪는 등 원만한 합의 추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3선 이상 의원 18명과 만난 조찬간담회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비대위원장에는 선거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배제하고 계파에 치우치지 않으며 당 쇄신 의지가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중론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박영선 의원과 박 의원을 추대코자 했던 초·재선 의원들도 비대위원장 도전을 포기했다. 김현미 의원은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박영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 혁신하려 했는데 이 과정이 조금이라도 당의 분란을 가져온다면 우리가 바라는 상황은 아니다"며 "민주당을 혁신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고 의원을 비롯한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박수로 이를 추인하면서 회의 시작 30여분만에 비대위원장 선출이 마무리됐다. 애초 다수의 추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정대철 상임고문과 박병석 국회 부의장, 원혜영·이석현 의원 등이었으나 박 원내대표는 깜짝 카드인 문 의원을 선택했다. 대선패배 이후 책임론을 두고 네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간 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당을 안정되게 수습하고 아울러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와 관리까지 무게감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적임자를 문 의원으로 본 것이다. 이날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문 의원은 "최단 시간 내에 전당대회를 열겠다"며 "사심없이 비대위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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