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경제부총리제가 부활하면서 새 정부의 총리 인선 기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총리 후보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만큼 경제통 인사가 유력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박 당선인은 또 책임총리제를 공약하면서 총리에게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헌법상 지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총리는 '경제통' 인사로서 부처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상당한 권한과 위상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대통합을 고려해 호남이나 충청 출신이 발탁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경제부총리제 도입이 포함되면서 사정은 분명하게 달라졌다. 나아가 총리와 부총리의 역할 설정에 따라선 인선 기조도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박근혜 당선인 비서실의 고위 관계자는 이미 총리에는 '관리형'인사가 선택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수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17일 "경제를 중요시해서 총리와 부총리를 모두 경제통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상식적으로 총리와 부총리가 모두 경제통이면 좀 그렇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총리제 도입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총리는 '관리형 또는 화합형', 부총리는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이 경우 이미 상당부분 후퇴했지만 관리형 총리가 부총리제 하에서 책임총리의 기조를 살려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역으로 새로운 정부조직 내에서 책임총리제가 강화될 경우 각 정부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제부총리와 엇박자를 낼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연정 배제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경제부총리를 새로 만든 것은 책임총리제를 주장한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는 조금 배치되는 부분"이라며 "총리가 전체적인 컨트롤타워가 된다면 자연히 경제부총리는 의미가 없는 옥상옥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날 "부총리제와 무관하게 책임총리제 도입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총리와 부총리의 구체적인 역할 배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과 비경제 분야의 정책조정 기능 등을 보장하며 책임총리를 표방하는 대신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부총리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조직 개편을 주도한 국정기획조정분과 소속인 강석훈 인수위원은 전날 경제부총리제 부활 배경과 관련,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경제 책임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면서 "우리 경제는 추격형에서 다시 선도형으로 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해 부총리가 경제 분야에 대한 책임 주체로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새 정부 초대 총리가 관리형으로서 비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경우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목영준 전 헌재 재판관, 조무제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조순형 전 의원 등이다. 경험 많은 법조계 출신 인사들로 헌법 정신에 기초한 국정 운영 기조를 살리고, 화합 등 상징성을 갖춘다는 취지에서 거론되고 있다. 경제부총리의 경우 당선인의 철학을 잘 알고 있는 경제전문가가 하마평에 오른다. 경제 부문의 실무를 주도해야 하는 만큼 박 당선인과 함께 일해 오며 정책 공약 개발 등에 관여한 인사들이 발탁될 것이란 얘기가 주로 나온다. 박 당선인의 경제브레인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이 경제부총리로 우선 거론되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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