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1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이 거듭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당내 계파 척결을 강조했다. 종편 출연 금지 당론 폐지과 관련해서는 건의사항만 있었을 뿐 심도 깊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오래 살기 위해 자신의 깃털과 발톱, 부리를 스스로 뽑아내는 솔개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지금은 민주통합당이 죽어야 할 때다. 죽기를 각오해 100년, 200년 가는 당을 건설해 보자"고 말했다. 지난 이틀 간 지방을 돌며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 의미로 비대위원들과 '회초리 현장 방문'을 벌인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은 한결같이 민주당이 계파를 없애야 한다고 얘기한다.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친노·비노로 계파가 나눠지는 데 대해 "여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팔지 않고 국회의원 된 사람이 있나. 여기에는 친노 아닌 사람이 없다"며 "우리가 미워할 것은 친노, 비노라는 이름 때문에 (상대를) 미워하는 당파적 심리다. 이걸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조각배에서 누가 선장을 하느냐를 두고 싸우다가 난파하면 모두 다 죽는다"며 "국민의 신뢰를 잃어 민주당이라는 배가 간당간당하고 있는데 이게 뒤집어 지면 다 소용이 없다. 정말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비주류측 안민석 의원은 자유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네 탓 내 탓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부터 (계파를) 해산하겠다. 계파를 해체하자"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계파를 깨야하고 보수와 진보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근데 계파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다행이 많은 의원들도 이 의견에 호응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의원은 자신이 속한 '쇄신모임'이 계파는 아니지만 계파라고 한다면 해산하겠다고 했다"며 "정세균계다 손학규계다, 이런 분들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해체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계파 해체 문제 이외에도 이날 은수미 의원은 종편 출연 문제와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면서 일례로 종편 출연 금지 당론을 들었다. 종편 출연을 민주당이 금지했으면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캠프 인사들 중 몇몇이 종편에 출연했고, 그것 등으로 인해 민주당이 원칙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지적이었다. 민주당 관계자에 의하면 은 의원은 "종편을 출연하지 말자고 한다면 확실히 왜 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출연을 하겠다고 한다면 왜 출연을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 정리가 돼야 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은 의원의 지적은 비대위 산하에 꾸려질 대선평가위원회가 대선을 평가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으니, 그때가서 함께 논의를 해보자는 식으로 논의가 정리됐다. 결과적으로 이날 의총에서는 계파별 갈등이나 종편 출연 금지 당론 등 의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은 첨예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의총에 앞서 진행된 고위정책회의 사전회의에서는 "비대위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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