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이미 고령화시대로 접어들었고,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가운데 각종 노인문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고는 하나 개인의 문제로 다가설 때는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복지혜택만으로는 그 누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홀몸 노인이나 치매 노인 등은 특정 시설에 위탁해 돌보미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시설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고, 이는 시설을 운영하는 경영주의 철학과 방침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최근 경주의 청하의료재단이 2012년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돼 청와대에서 인증패를 받았다. 이와 관련 본지는 정기화 이사장을 만나 절대다수가 노인인 경주에서 청하의료재단의 운영방침 및 역할에 대해 들어본다.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된 것은 목표와 계획을 통해 이뤄진 것인지요?
전혀 몰랐습니다. 병원 사업에 치중했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고용노동부 담당자가 나와서 조사 한다길래 응했고, 후에 보니 우수기업에 선정됐다고 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2011년 말에 용강점 개원과 2012년 영주점이 오픈하면서 거의 1년에 1개 지점을 개설하다보니 각 100여 명씩의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게 됐습니다. 현재 4개 병원과 장례식장, 재활치료실, 신장투석실 등을 운영해 180명에서 지난해 535명으로 3배 이상 직원수가 증가했습니다.
◆직원, 즉 고용주로서 내부고객에 대한 복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요?
대부분 의료분야 전문가인 의사와 간호사가 65%이상을 차지하고 요양보호사까지 전문직업인들입니다. 타 요양병원에 비해 급여 등 전반에 걸쳐 만족할 수준이며, 그것은 이직율이 상당히 낮은 것을 보면 예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들도 제게는 정말 소중한 분들입니다. 직원 복지와 관련해서는 취미생활과 여가선용을 할 수 있는 전용휴게실을 만들고, 또 젊은 간호사와 간병인 등 여성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육아시설, 생활이 어려운 직원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 장학회도 만들고자 합니다. 물론 아직 어려운 점도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하기 힘든 자녀가 없도록 최대한 방법을 찾고 직원들도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다닐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경주에 정착하게 되면서 노인전문병원을 선택하신 것은 시대적 트랜드 때문인지,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요?
이전에는 제조업을 했습니다만, 생소할 것 같으나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권력과 힘이 있어야 가능했던 요양병원이 노무현 정권 시기에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일반인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돼 때를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는 사실 조실부모하면서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항상 있었고, 30대부터 그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제도가 바뀌면서 곧바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지요. 그 당시에 시작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사업이라 여기고 지속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경주는 노인인구도 많고 사실 집에서 모시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젊은 가정에서 치매성 질환을 안고 있는 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정말 오래 지속하기 힘든 일이지요. 병원의 환자 97%가 지역노인들입니다. 700개 침대가 거의 가득찬다고 보시면 됩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호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경주시민들에게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4월 첫 개원을 시작하면서 현재 경주에는 인왕점과 노서점, 용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계신지요?
노인들은 사회에서 누렸던 계급 즉 권력과 명예, 재산, 학벌 등을 모두 내려놓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병원을 찾아옵니다. 저희 또한 돌아가실 때까지 마지막을 모셔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모두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직원들에게 늘 당부하고 있는 것은 떠날 때 자식보다 당신들 손을 맞잡고 갈 수 있도록 온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달라고 합니다. 실지로 간호사, 간병인들과 정이 들어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울음바다가 되기도 합니다. 자식들 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돌봐 주기에 가끔 감동적인 장면을 볼 때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천사와 같습니다. 누구나 기회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 간병인의 경우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견디기 힘들어 떠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인성을 타고 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의 85% 이상이 대소변을 가리기 힘든 환자분들이어서 뒤를 봐주고 목욕시키고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내속으로 낳은 자식도 하기 힘든 일을 어떤 직원들은 노래를 부르며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예전에는 요양병원에도 문제가 많았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정말 든든한 전문병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환자 수에 맞게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을 확보해야 운영자격이 주어집니다. 각자에 맞춘 식단으로 하루 세 번 따뜻한 밥과 주2회 목욕은 기본이며, 봉사단체의 활동과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아무 걱정 없이 남은 여생을 아름답게 살다 갈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물론 가족들이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요. 지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모실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된다면 치매 등 노인질환을 극복할 의약품 개발을 해보고 싶습니다. 병원에서 자녀도 못 알아보는 치매환자를 가끔 보게 되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현재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처방을 하고 있으나 치료는 힘든 상황입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겪는 고충이 있을텐데 숨김없이 말씀해 주신다면요?
경주는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서민층이 대다수입니다. 그러다보니 경인지역이나 인근 대도시의 경우에 비해 병원비를 절반 수준으로 받고 있습니다. 경주에서 선두주자로 시작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환자들을 많이 받기 위해 덤핑을 한다느니, 저렴한 이유가 환자들을 적당히 모시고 돈을 벌려고 한다는 등 비난이 들릴 때는 정말 힘이 빠지게 됩니다. 고액으로 받으면 사실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고, 서민층 다수인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비용부담을 줄이고자 했으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어 정말 안타깝습니다. 사실 서민들의 경우 부모를 고비용으로 모시게 되면 가정이 무너지게 됩니다. 돈의 가치보다 더 큰 가정의 행복을 지켜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상의 의료혜택과 시설투자로 아낌없이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으니 지역민들 가운데 일부의 오해는 없어지길 바랍니다. 시설과 직원수 등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전반에 걸쳐 업그레이드를 할 생각입니다. 청하병원이라면 지역주민들이 안심하고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는 길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경주발전을 위해 청하의료재단의 역할이 있다면요?
아직은 환자와 직원 등 병원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지역사회와 어우러져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당을 이용해 노인 건강문제와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이 준비하는 시민 초청 의료강연과 무료검진 등 시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역의 노인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지역 노인들은 대부분 자녀들과 떨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굶지 말고 꼭꼭 밥 챙겨드시고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것은 뭐든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시라도 저희 병원에 오시면 살아오던 모든 것을 버리고 잘 모실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기화 이사장은 올해 65세로 경남 창원에서 나고 자랐으며, 서라벌대학교 복지학과를 졸업했다. 제조업을 했으나 평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요양병원 운영에 대한 꿈을 키워 왔고, 지난 2006년 최초 설립 후 현재 경주와 영주에 4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