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재직시절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이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인사청문위원들의 증빙자료 제출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자가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청문회장에서 속 시원한 해명도 내놓지 못하자 의혹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관으로 있으면서 받은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쓴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는 이 후보자의 탈법적 재산증식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및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헌재소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의 개인명의 통장에 매달 소득 출처가 기재되지 않은 돈 300~500만원, 총 6년간 2억 5000여 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공개하며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월정직책금은 매월 1일 102만원 지급되고 최근에는 135만원이 입금된다. 또 특정업무경비는 매달 19~20일 정도에 400만원이 지급된다"며 "이 금액이 (이 후보자에 의해)입금된 직후 (이 후보자의 계좌에서) 생명보험, 개인카드, 경조사비, 딸에게 보내는 해외송금, 개인비용 등이 지급됐다. 그럼에도 2억 7000만원에 달하는 예금이 꼬박꼬박 쌓였다. 특정업무경비의 사적 유용이 아닌가. 이게 월급통장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에 "제가 통장이 여러개 있는데 거기에 특정업무경비만 수입원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 걸로 안다"고 해명을 시도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헌재 옆 안국동 지점에 있는) 안국동 B계좌"라며 "제가 잠안자고 샅샅이 뒤진 것"이라고 거듭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저는 정말 그 용도대로 사용했다"고 강조하며 특정업무비 유용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박 의원은 다시 "그럼 증빙(자료를) 내라"며 "특정업무경비는 업무추진비로도 전용할 수 없는 돈이다. 특정업무경비는 특정한 업무와 관련해서 지출해야한다. 단 예외가 있다. 30만원 이하 경상비가 예외다. 후보자는 매달 평균 400만원 돈을 6년 동안 2억 5000만원 가져갔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국세청 공무원이 징수비를 개인적으로 가져가면 횡령이냐 물었다. 후보자는 횡령이라고 답했다. 성질이 똑같은 것이다. 저는 이걸 횡령이라 단언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세청 공무원이 집으로 가져가면 횡령이고, 후보자가 2억 5000만원을 집으로 가져가는 게 횡령이 아닐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 후보자는 이에 "헌재에서 정해준 기준대로 그렇게 사용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이 후보자는 당초 특정업무비용 사용내역 등 증빙 자료를 이날 오후에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시하겠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제출하지 않았다. 박 의원의 주장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6년간 재직하며 받은 급여와 각종 수당, 경조사비를 다 합치면 전체 수입이 7억여원 정도인데 가장 낮은 수준의 생활비를 고려해 계산하더라도 퇴직시를 기준으로 남아있는 2억 7000만원의 예금 잔고에 대한 소명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즉, 이 후보자에게 지급된 특정업무경비가 2억 5000여만원인데 이 금액이 이 후보자의 재산증식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자가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민주당 소속 강기정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은 "여러 의원들이 매월 통장에 들어오는 400~500만원의 돈을 궁금해 한다. 성격이 어떤 돈이고, 어떻게 쓰였고, 어떤 증빙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답변시간을 줄 테니 돈을 어디에 썼는지 말해보라"고 거듭 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재판활동지원금으로 쓰거나 재판 관계인을 만난다든지 필요할 때 쓰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다른 사람이 하듯이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특정업무경비와 관련해 계좌 (돈이 나간)내역을 살펴보니 신한카드로 1억 3100만원 정도를 썼는데 교보생명에 1425만원, 소나타차량을 구입하며 1300만원, 그랜저를 사면서 3100만원 등의 비용이 이 (안국동 B)계좌에서 나갔다. 헌재에서 준 지침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는데 이와 같이 이용하는 것도 지침에 부합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정업무경비를 어떻게 사용했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현찰로 뽑아 썼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상식적으로 400~500만원을 받아 현찰로 쓴다면 누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겠느냐. 애초에 헌재에서 경비를 주면서 그런 용도로 쓰라고 한 것이냐"고 추궁을 이어갔다.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청문회에서 민주당 최재천 의원도 "다른 재판관들은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서 비서 등이 (특정업무추진비를) 관리하게 했는데 왜 후보자만 개인 통장으로 만들어서 증권회사와 카드회사, 보험회사 등등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냐"며 "이것을 검찰에 고발하면 기소가 되겠느냐 안 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자는 "나는 (횡령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이에 최 의원은 "후보자가 인정 안하면 횡령이 안되는가. 법이 뻔히 있는데 사무처가 말해줘야 준수할 의무가 생기느냐. 쓸 때는 개인이 쓰고 증빙은 비서들이 하라는 거냐"라고 물으며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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