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1일부터 이틀 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이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들을 검증했지만 몇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물음표를 떼지 못한 상태다.
청문회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은 청문회 이후 의혹만 커진 상태다.
이 후보자는 2006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면서 재판 관련 활동을 위해 쓰라고 헌재에서 지급하는 특정업무경비 3억 2000여만원을 수령해 이를 자신의 개인 통장, 이른바 B계좌에 넣고 사용했다.
이 후보자는 공금이 들어 있는 이 B계좌에서 단기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 계좌로 자금을 이체시킨 것으로 드러나 공금을 개인적 투자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임시절인 2007년 10월12일 신한은행 서초동 법조타운 지점에서 MMF계좌를 개설하고 이후 B계좌에서 같은달 15일 최초 2900만원을 MMF계좌에 입금하기 시작해 2012년 9월까지 36차례에 걸쳐 3억300여만원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그러나 같은 기간 MMF 계좌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입금하던 계좌로 이체된 금액은 1억8870여만원에 그쳐 그 차액인 1억1400여만원은 사실상 이 후보자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B계좌에서 보험사, 카드사, 송금 수수료 등이 빠져나간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소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이같은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 후보자는 "B계좌에는 특수업무경비만 들어있었던 게 아니라 조의금이나 자녀들로부터 받은 생활비 등등이 섞여있었다"며 특수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할 당시 헌재 경리계장으로 근무했던 김혜영 사무관은 22일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후보자로부터 '공무로 인한 지출을 증빙하는 서류'를 한 달에 한 번씩 제출받았다"고 소명했으나 후보자나 김 사무관 모두 이를 공개하는 것에는 비판적 입장을 보여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진 못했다.
공적으로 특수업무경비를 사용했다는 것만 소명되면 유용 의혹을 떨쳐낼 수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후보자는 "재판관련 활동이라 공개가 어렵다면 의원들에게만이라도 그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서 의원의 요구에도 "나에게는 (공개할) 권한이 없다"면서 협조를 꺼렸다.
'항공권깡' 역시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 의혹으로 남아 있다. 1등석 비행기 좌석을 한 단계 낮은 비즈니스석으로 바꾸고 그 차액을 챙겼다는 게 골자인 항공권깡 의혹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보자가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청문위원들이 제출받은 자료와 이 후보자의 해명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서영교 의원은 "2009년 독일 출장을 떠날 때 주최측에서 이코노미 좌석의 항공권을 받은 이 후보자는 이를 비즈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차액 412만4070원을 헌재에서 받아갔는 데 이를 증명할 관련 자료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이코노미 좌석을 그대로 탔거나, 다른 항공편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이 후보자는 또 2008년 미국 출장길에 부인을 동반하면서 부인의 항공권은 이코노미 좌석을 마일리지를 이용해 비즈니스석으로 높여 같이 타고 갔다고 말했지만,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당시에는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좌석이 만석이라 예약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자녀 유학 경비를 특정업무경비를 통해 조달했다는 의혹도 풀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서영교 의원은 "이번에 발견된 후보자의 MMF계좌를 통해 1700만원을 셋째 딸의 유학비로 송금한 내역이 드러났다. 특정업무경비를 셋째 딸의 유학자금에 사용한 것이 아니냐"라며 송금 자금 출처 의혹과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을 묶어 이 후보자를 압박했다.
이 후보자의 딸과 관련해서는 삼성물산 특혜취업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2010년 12월 당시 삼성물산의 채용공고를 확인해보니, 석사 2년 이상의 경력은 공통자격에 불과했다. 모집분야에서는 건축설계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며 "후보자의 딸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는 데도 삼성에 취업했으니 특혜가 있었던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딸은 스카웃 된 경우다"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찰에 매년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기부해놓고 이 돈의 출처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것도 의혹으로 남았다.
서기호 의원은 "후보자는 2006~2008년 매년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불광사 등 특정사찰에 기부금으로 냈다"며 "근데 문제는 기부금 영수증만 있고 그 기부금의 출처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그걸 어떻게,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한 번에) 천만원이나 되는 돈이기 때문에 '어느 통장에서 인출해 기부했다'고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의혹이 풀릴 수 있다"며 "천만원을 현금으로 줬다는 건 요즘 거래 추세에도 맞지 않는 말 아니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