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75)이 24일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최근 재판관 출신인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에 휘말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터라 그런지 헌재의 표정이 복잡한 듯하다.
일단 헌재소장을 지낸 인사가 차기 총리로 지명된 데 대해 헌재 내부에선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분위기다.
김 후보자가 소장으로 재직 당시에도 헌재에 근무했던 헌재 관계자는 "원만하시다"라는 짤막한 말로 김 후보자를 기억했다.
이 관계자는 "오래전에 헌재를 떠나신 분이지만 주변에서 원만하다는 평가를 들었다"며 "무난하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방금 전 지명된 터라 헌재 내부에 어떤 기류가 엿보이지는 않지만 긍정적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에선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걱정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상처가 난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헌재소장 재임 중 흠결이 흘러나온다면 헌재 조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특히 법조문을 뛰어넘는 현실을 중시하는 '사법 적극주의자'로 평가받고 있어 이 때문에 과거 그의 판결을 두고 야권의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그는 소장으로 재직하던 1996년 5·18특별법 위헌제청 사건에서 위헌 의견을 냈다.
당시 소급입법 논란 속에서 결국 5(위헌) 대 4(합헌)로 위헌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으로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기는 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퇴임 뒤에도 해당 법률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김 후보자는 과외를 금지하는 법률이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 법률이라고 결정하기도 했었다.
그는 또 재임기간 중 '제대군인 가산점', '단체장 입후보금지', '택지소유상한제', '동성동본 혼인 금지', '영화 사전검열'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도 내렸다.
1994년 대법관 시절에는 생수 시판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려 10년간 끌어온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생수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김 후보자는 판사 재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글을 써 구속된 송요찬 전 육군 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한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7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보고서에는 박정희 정권 때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세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지체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서울고 2학년 때 검정고시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뒤 3학년 때 9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최연소 수석 합격했다.
이후 1960년 법관으로 임용된 뒤 서울가정법원장과 대법관을 역임했다. 1994년 제2대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돼 2000년 임기를 마칠 때까지 40여 년간 법관 생활을 했다.
헌재소장 퇴임 후에는 청소년참사람운동본부 명예총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등을 맡아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