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인수위 업무보고 내용을 가감 없이 공개하면서 이른바 '근혜노믹스'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박당선인은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수출을 바탕으로 한 성장위주의 경제에서 이제 수출과 내수 모두 함께 가는 쌍끌이형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25일 "과거에는 추격형 성장에서 이제는 선도형 성장전략으로 가야하고 그동안 수출 중심의 성장에서 이제는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가는 쌍끌이 경제로 가야 한다"며 "또 그동안 제조업에 치중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함께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만으로 한국경제를 이끌어가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식하에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되는 경제구조를 새롭게 쌓아올려야 한다는 인식이다. 일자리 확충 등 복지 정책을 통해 성장의 밑거름을 만들고 이를 한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패러다임의 변화로 경제민주화를 이끌어내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해야 한다는 게 박 당선인이 드러낸 청사진이다.
구체적인 그림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박 당선인은 경제1, 2분과와의 업무보고 과정을 통해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근혜노믹스'의 틀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토론에서 박 당선인이 밝힌 내용들은 공약집을 통해 내놨던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수준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왔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평했다.
지난 27일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기본법'이 발효됨에 '박근혜표 복지'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박근혜표 복지의 핵심은 총리실 산하의 사회보장위원회다. 위원회는 총리실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한 곳에 모인 콘트롤 타워다. 박 당선인은 이를 통해 복지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사회보장위원회는 당장 새 정부가 추진할 복지 핵심과제와 소요 재원 등을 발표한다. 이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재원조달 방안 등을 잠재울 예정이다. 또 각 부처의 복지 정책을 보고 받아 기존 정책과 중복 여부를 심사한다.
사회보장기본법은 박 당선인이 지난 2011년 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직접 발의한 법안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박 당선인이 큰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이 복지에 이처럼 집중하는 것은 왜일까. 경제 성장을 위해서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 25일 인수위 경제1분과와의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스웨덴같은 나라들은 복지를 많이 하고 있지만 (복지가) 성장을 해치거나 그렇지 않고 오히려 발전하고 있다"면서 "성장도 필요하지만 그것(복지)도 같이 선순환해서 돌아가지 않으면 절대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복지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화두라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과 더불어 적절한 복지 수준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연구위원은 "박 당선인이 내놓은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등 복지 공약은 대단히 확장적"이라며 "복지도 중요하지만 재원 조달 등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가 박 당선인과의 토론에서 나온 발언을 공개하면서 근혜노믹스의 우선순위도 정해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1순위로 '가계부채 해결'을 꼽았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새 정부가 시작하면서 즉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가계부채 해결로 제시한 공약은 '18조원 규모의국민행복기금 조성'이다. 다만 공약이 흡수되는 과정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의 수혜를 받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하우스푸어 해결을 위해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위해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시장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달라고 인수위에 밝혔다.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박 당선인의 '중산층 복원'과도 일맥상통한다. 중산층 살리기는 내수 경제 활성화의 필수다. 박 당선인은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의 해결 없이는 중산층 복원이 힘들다고 본 것이다.
때문에 행복기금과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등의 공약은 올해 상반기 중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은 지난 25일 당선 이후 처음으로 경제민주화를 입에 담았다.
경제민주화는 지난해 4월 총선때부터 핵심 화두로 떠올랐지만 대선 후반부터 성장 담론의 필요성에 의해 변방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날 박 당선인은 △골목상권 보호△백화점·대형마트 판매수수료 인하△동반성장협력 1차 협력사 확대 등 경제민주화의 각론을 조목조목 짚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아울러 박 당선인은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경제1분과 간사인 류성걸 의원에게 지하경제 양성화의 실천 정도를 물었다.
이에 류 간사는 "(지하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24% 정도"라며 "금융정보분석원(FIU)를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 그리고 국세청·관세청 등 세정당국에서 세부계획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고 박 당선인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반드시 해내야 되는 일이니까 이번 기회에 좀 확실하게 살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국세청은 FIU의 고액현금거래 자료를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FIU를 총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개인의 금융정보보호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박 당선인 측의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나타나 국세청의 FIU 정보접근성 확대는 사실상 확정됐다.
인수위가 박 당선인의 발언을 대공개함에 따라 세간은 근혜노믹스의 우선순위 등 구체적인 그림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당선인의 공약집에서 발표됐던 수준이라며 구체화라고 말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등 새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내놓을 공약을 언급했지만 여전히 큰 그림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복지공약도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아직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단계가 남았다"고 덧붙였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도 "재원조달의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예산 투입을 어떤 공약에 우선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