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특별사면·감형·복권 대상자에 예상했던 대로 'MB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했던 인사들이 다수 들어가 '보은 특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이번 사면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참모조직인 이른바 '6인회' 멤버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는 친구 사이다.
'MB의 멘토', '방통대군'으로 불린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8억원의 금품을 받아 지난해 11월 말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상고를 포기했다.
최 전 위원장과 함께 '6인회' 멤버였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고승덕 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정당법 위반)로 1,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달 28일 상고포기서를 제출했다.
또 이 대통령 경선캠프였던 '안국포럼' 멤버 출신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 전 의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수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에 대한 경찰 수사상황을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 측에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도 기소돼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김 전 수석은 이번 특별사면으로 디도스 수사기밀 유출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둘다 면죄부를 받았다.
일찌감치 사면이 점쳐졌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이 대통령과는 고려대학교 동기로 대선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절친한 친구 사이다.
천 회장은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상고포기서를 제출했다.
조현준 효성 섬유 PG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이명박 대통령과는 사돈지간이다.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의 남편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조현준 사장의 사촌동생이다.
조 사장은 회삿돈으로 국외 부동산을 취득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법무부 측은 최시중 전 위원장과 천신일 회장, 김효재 전 정무수석의 경우 고령과 건강상태, 국가발전과 경제발전 공로 등을 고려했으며 박 전 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또 조 사장이 특사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이 대통령과) 법적인 인척은 아니고 경제발전 공로, 원상회복 노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사를 두고 사법부 내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서울의 한 판사는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형집행도 거의 안된 상태에서 사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일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사면은 자제해야 한다"며 "일반 사건에 비해 10배 정도의 노력과 비용, 시간을 투자한 사건들을 한줄로 사면해 버린다는 것은 자원 낭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