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등 야당들은 지난 28일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인명 사고가 났음에도 사측이 사고를 축소·은폐한 것과 관련, 관계 당국과 삼성전자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수석대변인은 29일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는 매출 면에서는 초일류 기업인지는 몰라도 일하는 사람의 안전 측면에서는 최악의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는 그동안 노동자 백혈병 발병과 사망 사고 등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았는데 다시 불산 누출이라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세계 1등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에서 세계 꼴찌 기업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고의 대응 면에서도 삼성전자는 낙제점"이라며 "늑장 신고와 저장탱크 밸브 관리미흡, 직원 대피 소홀 등 삼성전자는 사고를 축소·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노동자 백혈병 발병에는 모르쇠하고 불산 누출사고는 쉬쉬했다"며 "삼성은 돈은 많아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검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후진적 기업 문화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구미 불산 누출사고와 상주 염산 누출사고 이후 환경부 등 관계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다시는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와 같은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화학물질 관리 대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정애 의원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사고난 지 거의 하루가 지나서야 관계 당국이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내용조차도 환경부와 경기도간에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계당국은 대기업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습성이 있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혹이 없게 잘잘못을 가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진보정의당도 브리핑을 통해 철저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삼성전자는 사고가 발생한지 10시간이 지나서 경찰에 처음 신고했고 경기도청을 비롯한 관계당국에 신고가 접수된 것은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한 이후였다"며 "삼성이 노동자의 안전에 이토록 소홀했다니 참으로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언론이 사고 소식을 보도하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해 삼성전자는 사고경위와 처리과정에 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안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으로만 봐도 대기업의 안전불감증과 인명경시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인재가 분명하다"며 "사망자인 박모씨가 방제복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불산 공급장치 밸브 수리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니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삼성이 반도체공장의 백혈병 발병과 태안반도 기름 유출에 이어 불산누출사고에도 꼬리자르기로 일관한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삼성은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사고 경과를 명백히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노동자살리기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의원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노동자들의 안전을 생각할 때 초일류 기업 삼성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경악할 일"이라며 "삼성전자는 분명한 사고 경위와 처리과정에 대해서 공식 입장표명이 있어야 하고 정부당국에서는 철저히 조사해 그 경위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