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땐 마음대로 와도 나갈 땐 마음대로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설맞이 특별사면은 그 반대로 들어올 땐 아니어도 나갈 땐 마음대로 하는 모습이었다. 31일 실시된 특별사면으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70)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6)이 석방돼 서울구치소 밖을 나섰다.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은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 몰려든 50여명의 취재진을 따돌리려는 듯 2분 간격으로 각자 차량을 타고 나왔다. ◇응급차량 안에서 누워있는 천 회장 먼저 천 회장이 이날 오전 10시13분 흰색 응급차량을 탄 채로 서울구치소 정문에 등장했다. 응급차량에 타고 있던 한 관계자는 차량에 천 회장이 타고 있음을 시인하고 "병원에 빨리 가야 한다"며 서둘러 차를 몰았다. 천 회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시민은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은 어디로 간 것인가?', '최시중씨, 대한민국 공공의 적이 돼 석방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등과 같은 쪽지가 붙여진 1천원권 지폐를 두부와 함께 응급차량 앞유리에 던져 특별사면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 "국민들께 정말 죄송" 뒤이어 오전 10시15분 최 전 위원장이 탄 검은색 에쿠스가 나타났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최 전 위원장은 차량에서 내려 5분 가량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그는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정갈하게 빗긴 머리와 말쑥한 차림은 수감기간이 9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최 전 위원장은 "그저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드린다.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고 석방소감을 밝혔다. '특혜 사면' 등에 관한 질문에 최 전 위원장은 "사면의 문제는 내가 언급할 성질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는 "남아 있는 황혼의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긴 뒤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떠났다. ◇남아 있는 형평성 논란 이번 특사는 측근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형 집행률과 관련한 형평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비교적 짧은 형기를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됐기 때문이다. 무부에 따르면 최 전 위원장의 남은 형기는 21개월이다. 2년6개월 중 9개월 동안만 수감생활을 한 최 전 위원장의 형 집행률은 31%에 지나지 않는다. 천 회장의 경우 2년 형기 중 47%를 보내 남은 형기는 13개월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날 오전 10시 안양교도소를 나온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40)은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말기에 측근 사면을 하면서 (용산참사 관련 수감자를 석방하는 등) 물타기식으로 해 울분이 올라온다"고 언급했다. 함께 사면된 용산참사 철거민 5명은 지난 2009년 최대 징역 5년4개월을 선고받고 4년여를 옥살이했다. 이들의 형 집행률은 최대 81%에서 최소 7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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