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막바지 핵실험 저지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일단 외교적 차원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중국에 쏠려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채택 이후 북한이 중국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대북 영향력을 가장 강하게 행사할 수 있는 국가 역시 중국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회동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상황에서 여전히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양측의 만남에 의미가 있다"며 이번 회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란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본부장은 일정한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의 핵실험 저지를 위한 총력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도 최근까지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를 수차례 소환해 북한의 핵실험을 만류하는 등 북한에 직접적인 우려의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까지 관영매체 등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등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며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선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북한의 1,2차 핵실험 당시와는 다소 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과거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묵인'하는 분위기가 짙었다면, 이번의 경우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핵실험 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측면에서다.
한중간에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의 극대화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날 시작된 한미 연합 대잠훈련은 북한의 핵실험에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이자 일종의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한미 해군은 이날부터 4일간 부산과 울릉도 남방 해상에서 미군 측 핵잠수함인 샌프란시스코함과 9800톤급 이지스 순양함인 샤일로함, 국군 측 7600톤급 이지스함 세종대왕함 등을 투입한 대규모 대잠 훈련을 치른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의지 표명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군측의 입장이지만, 사실상 북한의 추가 도발시 엄중하게 대처한다는 한미 양국의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변국의 움직임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북한이 핵실험을 포기하게끔 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낮을 뿐더러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이미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공언한 상태인 만큼 현재의 흐름을 되돌리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외무성 성명에서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국방위 성명 등을 차례로 발표하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인해 추가 핵실험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3차 핵실험에 대한 명분을 쌓아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 제1위원장이 소집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며, 김 제1위원장이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핵실험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쳐 최고지도자의 결정이 이미 내려진만큼 핵실험 실시 계획을 번복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시점은 이미 지나버렸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변국들 간 외교차원의 노력도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등 외교적 방안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한중간 접촉이나 중국의 대북 압박 움직임은 실효성이 있다기 보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일종의 전시용 외교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기 위해선 북미 간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든가 하는 외교적 징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주변국들이 추가 도발에 대한 대응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주변국들의 대북 대응 활동이 사실상 '공회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외무성 성명에서부터 단계적으로 핵실험 가능성을 키워오는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이미 핵실험 날짜를 정해놓고 '어쩔 수 없이 핵실험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논리를 강화시키고 있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